[공·소·남 양형모입니다] 중년을 위한, 중년에 의한, 중년의 두 연극

입력 2013-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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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중견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를 만날 수 있는 두 편의 연극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평범한 우리 가족, 이웃의 이야기를 화끈한 찜질방 수다로 풀어낸 ‘여보, 나도 할말있어’(위쪽)와 학교폭력, 따돌림의 상처를 다룬 ‘어른의 시간’. 사진제공|극단 나는세상·바나나문프로젝트

공·소·남(공연 소개팅 시켜주는 남자) 양형모입니다

여보, 나도 할말 있어

아저씨·아줌마들의 찜질방 폭풍 수다
지영란·김성기 등 유명 중년배우 출연

어른의 시간

日 초연된 따돌림·학교폭력 다룬 작품
연극·뮤지컬 명배우 한성식 컴백 기대


젊은 관객과 배우들로 점령당하다시피한 대학로 무대에 ‘어른’을 위한 연극 두 편이 막을 올린다. 꽃보다 아름다운 중년이 들려주는 가슴 찡한 이야기. 모처럼 중견배우들의 곰삭은 젓갈 같은 연기에 몰입하며 ‘그래, 이게 연극이지’하고 슬그머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 찜질방에서 엿듣는 이웃의 일상 … ‘여보, 나도 할말 있어’

첫 번째 작품은 ‘여보, 나도 할말 있어’다. 중년 남편들에게는 “당신,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와 쌍벽을 이룰 법한 무시무시한 아내들의 말이 아닐까.

잘 키워 놓은 자식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영자씨, 딸 산바라지하러 집을 비운 부인에게 자신이 강아지보다 못한 존재 같다는 영호씨, 손자보고 큰 소리 한 번 못 내고 사는 말복씨, 아내와 자식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종수씨, 사춘기 아들과 전쟁 중인 갱년기 오목씨.

찜질방에 모여 앉아 일상을 나누는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들의 에피소드는 마치 우리 집,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옮겨다 놓은 듯 반갑다. 배우들의 수다는 한증막의 열기보다 뜨겁게 달아오른다.

‘여보, 나도 할말 있어’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평균연령은 50대. 지영란, 김성기, 김선화, 김재만, 윤부진 등 연극, 뮤지컬, TV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낯익은 중년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이중 김재만, 윤부진은 실제 부부지간이다. 5월 22일부터 6월 17일까지 대학로 알과핵소극장에서 공연한다.


● 20년 만에 학급회의가 다시 열렸다 … ‘어른의 시간’

두 번째 작품은 ‘어른들의 학급회의’라는 부제를 단 연극 ‘어른의 시간’이다. 2010년 일본에서 초연된, 따돌림과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이다.

‘어른의 시간’은 현재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학생의 이야기가 아니다. 폭력의 기억으로부터 20년이 지난 뒤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선생님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한 남자가 교사를 그만두고 한적한 시골집에 살고 있다. 20년 전 그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서 집단 따돌림에 의한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사건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교사직을 그만두었다. 남자는 살인사건을 일으켰던 왕따 학생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실을 듣고 그와 당시의 급우들을 불러 동창회를 연다.

한적한 시골집에 어른들이 모여 여는 학급회의. 사람들은 폭력사건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가 2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한성식, 유승일, 송현서, 송영학, 이종윤, 최영열 출연. 대학로 예술공간 서울에서 5월 13일부터 6월 2일까지 공연한다. 연극, 뮤지컬에서 맹활약을 하다 한 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한성식의 컴백이 반갑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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