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정 “울고불고 악 쓰는 역 신인에게는 딱이죠”

입력 2013-05-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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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정은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유진의 전 시누이로 악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최고 시청률 MBC ‘백년의 유산’ 악역 활약, 윤아정

케이블 ‘노란복수초’서도 악역 호평
신인 감정 연기 키우는데 악역이 딱

한때 부모님 “시집가라” 만류에 설움
지금은 TV 나오니 나보다 더 좋아해

악녀 이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다양한 역할 해보고 싶어요

“악역이 아니라 강한 역이에요.”

2년 사이 두 작품으로 시청자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기자 윤아정(30)은 현재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MBC ‘백년의 유산’과 지난해 케이블채널 드라마 사상 최초로 연장방송을 한 ‘노란복수초’에서 악역을 맡아 “욕하면서도 본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도 시청자는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어떤 드라마를 보든 악한 캐릭터는 반드시 존재한다. 선한 캐릭터를 괴롭힘으로써 자신은 물론 상대역까지 눈에 띄게 한다. 설령 비난을 받더라도 드라마의 재미는 악한 캐릭터의 흥망성쇠에 기대는 바 크다. 윤아정이 연기하는 ‘백년의 유산’ 김주리와 ‘노란복수초’ 최유라가 그렇다.

그는 “악역이라고는 하지만 ‘나쁜 역할’이라는 표현보다 강한 캐릭터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캐릭터에 애정을 갖지 않으면 안 되지 않느냐”면서 “울고불고 악 쓰는 감정 표출이 많아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이어 “신인에게는 역시 악역이 제격”이라며 덕분에 지금의 윤아정으로 성장하는 데 유리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김주리는 100을 가졌는데 하나를 빼앗기는 게 두려워 101를 원하는 인물이고, 최유라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그 1을 채우려 한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모두 하나씩은 결핍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실제 윤아정은 어떤 인물일까.

“100이라고 하면 뭔가 끝난 느낌이고, 0이라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해온 생활이 헛수고인 느낌이 들어요. 대개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을 이루고 나면 허무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딱 떨어지는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계속 앞만 보고 달려가고 싶어요.”

연기자를 향한 윤아정의 질주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우연히 섰던 연극 무대를 기회로 막연하게 연기가 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당시 “내가 가장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연기 뿐”이라는 생각을 품고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입학,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직접 뛰며 오디션 현장을 누볐지만 덥석 ‘일감’을 물지 못했다. 부모님은 “취직해라” “시집가라”고 말렸다.

부모님 얘기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며 옅게 목소리가 떨렸지만 당시 “심장을 뛰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며 무기력함을 일깨워줬던” 연기 열정에 힘입어 말을 이었다.

“그럴 때마다 너무 속상했어요. 저를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는데…. 연기를 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 계속 움직이는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TV에 출연하지 않으니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지금은 너무 좋아해 주셔요. 모니터링을 해 주신다는 느낌이 아닌 제가 TV에 나오나 안 나오나 확인하는 느낌? 하하!”

극중 부잣집 딸의 캐릭터와는 달리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윤아정은 무뚝뚝한 성격의 언니가 응원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살갑게 답장하지 않는다. 성격상 어색하다고 한다. 그래도 서로의 성격을 워낙 잘 알기 때문에 진심은 충분히 느낀다며 쑥스러움을 억지로 참으며 언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말을 하면서도 눈가는 또 촉촉해졌다.

밉지만, 그렇다고 쳐다보고 싶지 않은 악역의 윤아정. “이제는 친근한 연기자로 다가가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악역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두려움은 없어요. 오랫동안 연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어요. 악역을 연기했던 것처럼 잘 해낼 자신도 있고요. 어떤 연기를 하든 믿음직스러운 연기자로 남고 싶어요.”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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