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동하 “음악 갖고 놀 수 있는 ‘불후’는 나의 놀이터”

입력 2013-05-24 1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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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부활 정동하. 사진ㅣ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무대 위 정동하(33)는 자신을 노래한다. 그에게 무대는 소통의 수단이자 단절된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다.

“인간 정동하는 늘 혼자 있는,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돼요. 제게 무대는 어떤 것도 스스로에게 용서되는 소중한 공간이죠.”

정동하는 이달 11일과 18일 2주에 걸쳐 방송된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불후’) 들국화 편에 출연해 ‘제발’을 열창했다.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진 못해…. 제발 숨 막혀! 인형이 되긴 새장 속의 새는 너무 지쳤어 나는 외로워’(들국화의 ‘제발’ 중에서)

이날 정동하는 심금을 울리는 무대로 ‘정동하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3옥타브 높이의 울부짖는 듯한 고음과 진한 여운이 깃든 감성에 객석은 물론이고 출연진 모두가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정동하의 무대를 본 들국화(전인권 최성원 주찬권)는 “부활에 이렇게 멋진 보컬이 있었나. 데이비드 보위 같다. 우주를 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이날 정동하는 6연승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불후’를 17번 촬영했어요. 곡이 정해질 때마다 원곡을 연구하고 제 느낌과 해석을 극대화해 청중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했죠. 이번에는 저를 둘러싸고 있는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노래했어요.”

정동하는 “‘불후’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다”며 “집밖에 모르던 아이가 어느 순간 나가서 놀 수 있게 됐다. ‘불후’는 나만의 음악을 갖고 놀 수 있는 놀이터다”라고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묻는 질문에 들국화의 ‘제발’과 임재범의 ‘비상’ 편을 꼽았다. 존경하는 록 음악의 거장들 앞에서 펼친 무대였기에 더 각별했다. 그러면서 “가장 출연하고 싶은 무대는 ‘가왕’ 조용필 편이다. 그 무대만큼은 꼭 서고 싶다”고 말했다.

‘불후’를 통해 ‘진심’을 노래하는 정동하는 2005년 부활의 9대 보컬로 발탁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역대 보컬 중 가장 오랫동안 부활의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부활입니다’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게 늘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직도 ‘아마추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채워 나갈 것이 많은, 이제 겨우 ‘프로’ 뮤지션이 되려고 하는 가수입니다.”

당당할 법도 한데 정동하는 늘 겸손하다. 혹자는 그를 가수 이승철 박완규 등 그보다 앞서 부활을 빛낸 선배 보컬들과 비교하곤 한다. 그는 이승철 박완규와의 비교에 대해 “심장을 뛰게 하는 자극제다”라며 “연습과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활의 선배 보컬들 덕에 지금의 정동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그는 훌륭한 가수에 대한 평소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룹 부활 정동하. 사진ㅣ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가장 훌륭한 가수는 ‘진심을 노래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진짜 나의 이야기다’라고 마음을 전하는 거죠. 연기도 좀더 나은 무대를 위해 배웠어요. 노래를 슬프게 부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슬픈 사람이 되는 거죠. 그렇게 무대에서 가슴속의 진정한 슬픔을 목소리와 호흡으로 전달해야 해요.” 이런 의미에서 정동하는 임재범과 고 김현식을 최고의 가수로 꼽았다. 무대에서 많은 땀을 흘리는 이유도 두 사람을 닮은 가수가 되고 싶어서다. 그는 “‘불후’에서 부른 임재범 선배의 ‘비상’은 끝이 보이지 않던 무명 시절 희망을 갖게 해준 의미 있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정동하는 31일부터 뮤지컬 ‘잭더리퍼’에 출연한다. 또 최근에는 레이싱 대회에 출전해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장르를 초월한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늘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를 표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오롯이 나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김)태원이 형도 응원해주고 있어요. 준비가 되는 대로 솔로 앨범을 낼 생각입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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