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사직 아이돌’에서 프로로! 넥센 김민성의 성장기

입력 2013-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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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민성. 스포츠동아DB

김민성(25·넥센)은 롯데 시절 ‘사직 아이돌’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곱상하면서도 세련된 외모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9년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114경기에 출전하며, 차세대 롯데 내야를 책임질 야수라는 평가도 들었다. 만년 유망주였던 그가 올 시즌 비로소 꽃망울을 터트리며 넥센의 상승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31일 경기 전까지 타율 0.323(전체 8위)으로 팀 내 1위.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52(31타수 14안타)로 전체 1위다. 주전 3루수로서 깔끔한 수비(42경기 2실책)까지 뽐내고 있다. 3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그는 “이제야 나를 찾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 형들에게 묻어갔던 ‘사직 아이돌’ 시절

“그 때는 정말 선수도 아니었어요. 이대호(오릭스), 홍성흔(두산) 등 너무 좋은 선배들이 많이 계셔서 형들한테 묻어서 간 것 같아요.” 김민성은 자신의 롯데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남들은 ‘미래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그를 평가했지만, 정작 본인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몰랐다. 2010년 7월 황재균(롯데)과의 2대1 트레이드로 김수화와 함께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에게 느끼는 막연한 감정을 “유쾌함으로 포장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항상 밝기만 한 사람이 내면은 더 여린 경우가 있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오늘 못 치면 내일 치면 된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막상 그 방법에 대해선 생각을 못했죠.”


● 프로 7년차 만에 찾은 자아, 나를 외치다!

변화의 계기는 올 스프링캠프였다. 허문회 타격코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프로에 올 정도의 선수라면, 기술적 차이는 미미하다는 것을 프로 7년차 만에 깨달았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김민성은 “비로소 ‘나의 것’을 찾았다”고 선언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득점 기회에서 병살타를 치는 선수는 용서하지만, 자신이 없거나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넥센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무려 3할에 이른다. ‘찬스에 강한 야구’의 선봉장은 김민성이다. 31일 잠실 두산전에선 시즌 두 번째로 3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요즘 타석에 나가면 딱 세 가지만 생각해요. ‘투수의 공을 따라다니지 말자. 내 호흡으로 치자. 서두르지 말되, 과감하게 돌리자.’ 이런 마인드가 바로 ‘나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나에게로 떠난 긴 여행 끝에, 그는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 스트레스도 행복, 슬럼프도 기대된다!

야구란 항상 좋을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그에게도 슬럼프가 닥칠 수 있다. 그러나 김민성은 “오히려 그 때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제 겨우 자신의 야구철학을 정립하는 첫 발을 내디딘 상황. “야구가 안 될 때 헤쳐 나가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민성은 지난 시즌 초반의 아픈 기억을 꺼냈다. 당시 그는 개막 직전 당한 왼쪽 발목 부상 때문에 6월에서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우리 팀 경기를 중계화면으로만 본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아세요? 그 때 느꼈어요. 야구가 잘 안 돼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행복한 일이겠구나.” 최고의 호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아이돌이 아닌 진짜 프로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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