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입담으로 강민호 혼쭐 낸 정훈 ‘살아있네∼’

입력 2013-06-0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정훈이 31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라커룸 앞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훈은 30일 사직 두산전에서 파울 타구를 잡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다 펜스에 머리를 부딪친 뒤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 정밀검진 결과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뛰어가다 보니까 펜스가 얼굴 앞에 있더라.”

롯데 2루수 정훈(26)이 ‘이상무’ 판정을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정훈은 30일 사직 두산전 8회초 수비 때 홍성흔의 파울 타구를 잡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펜스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그리곤 혼절 상태에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돼 걱정을 샀다. 다행히 두 군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병원에서 하룻밤 안정을 취한 뒤 삼성전을 치르기 위해 31일 낮 KTX를 타고 대구로 올라와 선수단에 합류했다. 이날 훈련 후 취재진과 만난 정훈은 씩씩했다. 그는 “공만 보고 달려간 내 부주의였다”며 “뛰어가다 보니까 펜스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정훈은 병원에서 의식을 차리자마자 주변 사람들에게 “타구가 관중석으로 들어갔나”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프로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그는 “내가 파울 타구에 슬라이딩을 한 것인지, 관중석에 들어가는 공에 슬라이딩을 한 것인지 알고 싶어서 물었다. 그라운드에 떨어졌다고 하니 ‘비슷하게는 슬라이딩을 했구나’ 싶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창원에 살고 계신데 병원으로 달려오셨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셨는데, 이 정도로 끝나 다행이다”며 안도했다.

교훈도 얻었다. 펜스를 앞에 두고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아니라, 다리부터 들어가는 슬라이딩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 롯데 김시진 감독은 이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휴식 차원에서 정훈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정훈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강민호(28)는 “오늘 스타냐. 쓸 데 없는 허슬플레이나 하고 말이야”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에 정훈이 “연봉 1억만 주면 저도 3할 칩니다”라고 대꾸하자 강민호는 “우리 팀에서 제일 무서운 후배”라며 도망가는 시늉을 해 폭소를 자아냈다. 강민호도 울고 갈 입담을 보니 이상이 없긴 없는 모양이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