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칼럼|허억박사의 푸른 신호등] 운전면허는 원숭이도 딴다?

입력 2013-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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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사무처장. 스포츠동아DB

몇 해 전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세미나에 한국인과 결혼한 미국 국적의 여성 방송인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방송인의 첫마디는 “한국의 운전면허는 머리 좋은 원숭이도 땁니다!”였다. 즉, 한국의 운전면허는 운전자로서 갖춰야 될 양보운전, 배려운전의 중요성에 대한 매너교육은 간과한 채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운전 테크닉만 가르치기 때문에 이런 시험이라면 흉내를 잘 내는 머리 좋은 원숭이도 합격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런 후 “한국의 운전자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자신은 양보받길 원하면서 자신은 양보를 안 해 주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며 “먼저 원하거든 먼저 베푸세요”라고 토론의 결론을 맺었다. 일순간 수많은 한국 청중들은 파란 눈의 미국여성이 하는 말에 모두 수긍이나 하듯이 매우 숙연해졌다.


● ‘도로 위의 어린이’ 초보운전자를 보호해야


인정 많고 좋은 심성을 갖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도로 위에서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매년 교통사고 사상자 35만여 명이라는 오명은 어디서 출발할까. 필자는 이 문제의 근본원인과 처방을 운전면허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에게 투자하면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릴 때부터 시간과 노력을 적극 투자하여 정성스럽게 교육하면 훌륭하게 성장하여 자신과 가문의 영달은 물론 국가의 동량으로 잘 자라 국격을 크게 높여 나갈 수 있으므로 이 시기의 투자에 인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도로 위의 어린이는 누구일까. 바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교육생과 갓 면허를 취득한 초보운전자일 것이다. 이런 운전면허 취득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충분하게 실시하여 상대방을 배려하며 양보·방어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이런 교육생이 면허를 취득하여 도로에 막 나왔을 때 기성운전자들이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배려해주는 성숙한 모습의 운전 행태를 보여 주어야 한다.


● 의무교육시간, 최소 70시간 이상이 되어야

이를 위하여 지금 당장 운전면허 교육시간, 방법, 시험문제와 출제 방식 등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 놓고 전면적이고 혁신적으로 대폭 쇄신해야 한다. 특히 도로 위의 어린이인 운전면허 교육생들에 대한 의무 교육시간을 늘려야 한다. OECD국가 평균인 50시간, 일본 57시간, 독일 72시간과 비교해 보자.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다발왕국임을 감안해 현행 13시간에서 최소 70시간 이상으로 대폭 늘려 양보, 배려운전의 중요성을 충분히 교육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규제완화차원에서 폐지된 초보운전자 스티커 부착도 부활시켜 기성 운전자들이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운전자들을 적극 보호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운전 행태를 보여 주어야 한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도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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