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마저…장면 삭제 왜?

입력 2013-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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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스포츠동아DB

‘뫼비우스’ 제한상영판정 불구
전용극장 없어 고육지책 결정

김기덕 감독(사진)도 ‘장면 삭제’의 굴욕을 면치 못했다. 사실상 상영 불가 판정인 제한상영가 등급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영화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또 다시 영화 심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새 영화 ‘뫼비우스’를 연출한 김기덕 감독은 이달 초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뒤 결국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해 재심의를 신청키로 했다. 영등위는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부분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제한상영가 등급을 판정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전용극장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전용극장이 없어 제한상영가 등급은 개봉 불가 판정과 다름없다. 김 감독은 ‘재분류 신청’과 ‘재촬영’을 놓고 고심하다 9월 개봉 계획을 지키기 위해 21개 장면을 수정하고 1분 40초 분량을 삭제키로 했다. 김기덕 감독은 “아쉽지만 메이저 영화가 극장을 장악한 현재 배급시장에서 어렵게 결정된 ‘뫼비우스’ 배급을 포기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뫼비우스’는 지난해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1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버지의 외도로 파괴된 가정에서 자라난 남자의 이야기로 배우 조재현이 주연을 맡았다.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는 편집본만으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 판매돼 주목받기도 했지만 정작 한국 개봉은 심의에 가로막혔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다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전용극장이 없는 상황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마련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자가당착’은 행정소송 끝에 등급 판정이 취소되면서 영등위 심의가 도마에 올라 있다. 청소년 관객을 대상으로 한 ‘명왕성’은 정작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이준익 봉준호 류승완 등 한국영화감독조합은 “합리적인 등급 분류를 위한 논의의 틀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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