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지암비. 동아닷컴DB
9회 대타 스리런…42세 노장의 회춘포
행크 애론·토니 페레스 대기록 넘어서
작년 5월20일 생애 첫 한경기 3개 홈런도
7월 30일(한국시간) 프로그레시브필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맞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8회까지 고작 3안타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2-2로 동점인 가운데 인디언스의 9회말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자,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른손타자 마크 레이놀즈를 빼고 42세의 노장 제이슨 지암비를 대타로 내세웠다.
볼 카운트 1B-1S서 좌타자 지암비는 화이트삭스 우완 불펜투수 라몬 트론코소의 백도어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외야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겨버려 홈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개인통산 9번째 끝내기홈런을 터뜨린 지암비의 한방으로 인디언스는 5연승의 콧노래를 부르며 지구 1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2.5경기차로 추격할 수 있었다. 3루를 돌아 홈에서 동료들과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지암비는 “이 맛을 잊지 못해 은퇴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동료들과 함께 서로 끌어안고 축하해주는 것만큼 짜릿한 순간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지암비의 홈런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령 끝내기홈런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42세 202일이었던 지암비가 1976년 행크 애런이 수립한 종전 기록(42세 157일)을 바꿔놓은 것이다. 42세가 넘은 선수가 끝내기홈런을 터뜨린 것은 지암비와 애런 외에 1984년 토니 페레스(42세 110일)까지 3명뿐이다.
지금까지 지암비가 쏘아 올린 홈런은 모두 436개로 역대 40위에 해당한다. 현역 선수로는 5위 알렉스 로드리게스(647홈런·뉴욕 양키스), 14위 매니 라미레스(555홈런), 28위 앨버트 푸홀스(492홈런·LA 에인절스)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아치를 그렸다. 또 끝내기홈런 부문에선 메이저리그 역대 공동 15위로 올라섰다. 1위는 지난해 은퇴한 짐 토미로 13개의 끝내기홈런을 작렬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지암비보다 더 많은 끝내기홈런을 날린 선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티스(10개)가 유일하다.
지암비는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활약하던 지난 시즌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5월 2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생애 처음 3개의 홈런을 폭발시켜 1962년 스탠 뮤지얼이 작성한 최고령 한 경기 3홈런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지암비는 로키스의 감독 후보로 강력히 거론됐지만, 월트 와이스에게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은퇴하고 타격코치를 맡아달라는 로키스 구단의 제안을 거절한 채 인디언스와 계약하고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1971년 1월 8일 LA 인근 웨스트 코비나에서 태어난 지암비는 올 시즌 2할 안팎의 타율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7개의 홈런과 6개의 2루타로 안타의 절반 이상을 장타로 장식해 전문대타요원으로 프랑코나 감독의 신임을 사고 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시절이던 2000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지암비는 올스타에도 5차례나 선정됐다. 아메리칸리그에서 최다 볼넷 4차례, 출루율 1위 3차례, 최다 2루타 1차례, 장타율 1위 1차례씩을 기록했으며 실버슬러거상도 2번 수상했다. 그러나 2003년 ‘발코 스캔들’에 연루돼 약물복용 사실이 공개되면서 홍역을 앓았다. 양키스 시절이던 2005년 32홈런을 터트림으로써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뛰어난 파워를 과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지암비의 마지막 꿈은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어슬레틱스와 양키스에서 활약하던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수차례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지만, 단 한 개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끼지 못했다. 양키스는 지암비가 떠난 바로 다음 해인 2009년 구단 통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지암비의 현 소속팀 인디언스도 1948년 이후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42세의 노장 지암비가 인디언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선수생활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