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스쿨뮤지컬’ 루나 “뮤지컬에서 진정한 나를 만났다”

입력 2013-08-16 18: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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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남자주인공 트로이랑 진짜 키스하냐고요? 비밀이지요!”라고 말했다.

에프엑스 루나(20)가 ‘하이스쿨뮤지컬’의 여주인공 가브리엘라로 변신했다. 미국 디즈니채널에서 방영한 동명의 원작 드라마와 영화는 할리우드 10대 스타인 잭 애프론과 바네사 허진스가 출연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던 작품이다.

루나도 이 작품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이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굳게 마음을 먹고 오디션 장으로 향했고 열정을 다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의 진심이 통한 걸까. 루나는 한국의 첫 번째 가브리엘라 역을 거머쥐었다.

‘금발이 너무해’‘코요테 어글리’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인 ‘하이스쿨뮤지컬’ 무대에 오른 루나는 부담감이 크기도 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작품이라 원작 주인공들과 자신이 비교를 당할 것이라는 걱정을 했다. 게다가 세 번째 뮤지컬 도전이라 이제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노력과 자신감이다. 루나는 더 많은 땀을 흘렸고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뮤지컬에 임했다.

‘하이스쿨뮤지컬’을 통해 훌쩍 성장한 루나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 미국에서 크게 히트한 작품이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가장 큰 장애물은 목소리였다. 내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소녀 같은 가브리엘라를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꾸준히 모니터를 하며 내 목소리와 캐릭터의 균형을 잘 잡으려고 했다. 또 이번 작품에는 유독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음역대가 많았다. 높은 라, 시, 도다. 죽기 살기로 연습을 했더니 다행히 그 음역대를 잘 부를 수 있게 됐다. 연습만이 살 길인 것 같다.”


- 제작발표회 때 무대공포증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가사를 자주 잊어버린다. ‘금발이 너무해’를 하며 극복을 했지만 가사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혼자서 무대를 꾸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백번 천번을 외워도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었다.”


- 연습이 중요했을 것 같다. 아, 연습실에서 빛의 속도로 청소를 하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출가께서 몰래 사진을 찍으셨더라. 하하. 나는 연습실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에프엑스 시절부터 연습실에 살다시피 해서 편한 공간이다. 이번 연습을 할 때는 남자 주인공 트로이와 호흡할 시간이 적어 아쉬웠다. 트리플 캐스팅이라서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게다가 에프엑스 컴백시기와 맞물려 목이 많이 상했다.”


- 정말 힘들었겠다. 목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원래 목이 민감해서 마스크나 머플러를 착용한다. 미지근한 물을 항상 마시고 무대에서 침이 마르지 않도록 레몬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 같은 소속사 려욱과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과 하면 더 편한가.


“다 좋지만 아무래도 려욱 오빠는 오래전부터 알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처음에는 려욱 오빠의 미성과 내 목소리가 어울릴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의외로 잘 맞더라.”



- ‘하이스쿨뮤지컬’은 아이돌이 참 많다. 연기력, 가창력, 성실성 등 사람들의 걱정이 많더라.

“그러게.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연습을 지각하거나 결석을 한 적은 없다. 내 공연을 보러 와주는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배 아이돌들도 뮤지컬을 많이 하고 있으니 선배로서 더 본이 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요즘 아이돌에 대한 혹평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더라.”


- 그렇지만 아직도 차가운 시선은 존재한다. 관객들이 아이돌 캐스팅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는 뭘까.

“무대에 대한 적응력이라고 생각한다. 연습을 똑같이 100번을 해도 무대에 서는 횟수가 차이가 나면 실력도 차이가 난다. 무대에 많이 서면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을 텐데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아이돌이 무대에 서는 횟수는 정말 적다.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발성법이 다르다. 나도 처음 ‘금발이 너무해’를 할 때 발성법이 달라 정말 힘들었다. 아무리 소리를 내도 뮤지컬 무대라는 공간을 채우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혹독한 평가를 듣기도 했다. 다행인 건 요즘 아이돌은 정말 열심히 연습한다. 그런 편견이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


- 루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것 같나.


“무한대?(웃음) 연극영화학과로 진학하고 연기가 정말 재밌더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때 드라마나 영화 같은 다른 영역을 가고 싶다. 그런데 살아있는 나를 느끼는 곳을 가고 싶다. 뮤지컬이 그런 공간이다. 뮤지컬 무대에 서면 진짜 나를 만나는 기분이다. 살아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처럼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도전하고 싶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렌트’의 미미 역을 꼭 해보고 싶다. 같은 학과 친구들도 그 역할을 탐낸다. 하고 싶은 역할은 진짜 많다. ‘햄릿’의 오필리어도 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 ‘엘리자벳’을 하고 싶다. 옥주현 선배의 공연을 봤는데 감명 받았다. 옥주현 선배는 우리와 같은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셨다가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가 되지 않았나. 첫 발걸음을 내디뎌준 선배여서 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이스쿨뮤지컬’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10대들은 꿈을 꾸고 어른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하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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