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드라마 ‘판박이 리메이크’의 비밀

입력 2013-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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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한 장면. 사진제공|MBC

원작 훼손 안되는 조건으로 계약
김호준PD “원작 흔적지우기 민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그리고 ‘수상한 가정부’까지 최근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잇따라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배경만 한국으로 옮겼을 뿐 주요 설정과 인물의 캐릭터 등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모두 본 시청자는 ‘별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을 낸다. 왜 그럴까.

이유는 원작 저작권의 ‘동일성 법칙’ 때문이다.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제작사나 방송사가 일본 드라마 판권 계약을 맺을 때부터 수용해야 하는 조건이다.

제작사는 제목은 물론, 캐릭터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주요 장소 등에서 원작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을 유지할 것을 원작자와 합의해야 한다. 한국 작가가 각색하는 내용을 원작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지만 결과물에 대해 원작자의 이의제기가 예상될 때에는 사전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연출가와 작가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늘리거나 새로운 에피소드를 넣는다.

‘여왕의 교실’를 제작한 MBC 김호준 PD는 “원작자는 리메이크작에서도 원작의 냄새가 나기를 원하지만, 리메이크를 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원작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차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민감하다”고 밝혔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일본드라마를 계속 리메이크하는 까닭은 뭘까.

김 PD는 소재와 캐릭터의 신선함을 꼽았다. 제목 그대로 ‘수상한 가정부’나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계약사원(직장의 신) 등 그동안 한국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가 매력 있고 시청자의 관심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서상 유사점도 없지 않다. 김 PD는 “일본에서 성공했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시청자의 눈길을 모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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