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콰지모도, 그가 돌아왔다

입력 2013-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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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에스메랄다(바다 분) 앞에서 오열하며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열창하는 콰지모도(윤형렬 분).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는 마음을 울리는 음악과 뛰어난 볼거리를 앞세워 전 세계에서 1000만 명 이상 관람객을 동원한 명작이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

4년 만에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 공연 재개
콰지모도의 표준 윤형렬, 재해석한 홍광호
바다·정동하 화려한 출연진…모두가 주연


“아름다운 도시 파리/전능한 신의 시대/때는 1482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면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아르가 파란 색이 묻어날 듯 청아한 목소리로 읊조리듯 ‘대성당들의 시대’를 노래한다. 관객들은 숨 쉴 새도 없이 1400년대 프랑스 파리로 강제 이주되어 버린다. 배트맨의 고담 시처럼 어둡고 눅눅한 도시. 종교를 상징하는 대성당의 시대가 찾아오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한 세상. 인간들이 유리와 돌 위에 자신들의 역사를 오롯이 새기던 시절.

알려져 있듯 ‘노트르담드파리’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작품을 극작의 전설로 불리는 플라몽동과 유럽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리카르도 코치안테 등이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1998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되었으니 세계적인 명작치고는 비교적 ‘젊은’ 작품. 내한공연이 아닌 우리나라 배우들이 연기한 라이선스 버전은 2007년 초연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된 2009년 이후로 매년 ‘한다’, ‘안 한다’ 소문만 무성하다가 올해 드디어 막을 올렸다.


● 누가 주연이야? 모두가 주연같은 노트르담드파리

‘노트르담드파리’를 보면서 늘 드는 생각은 ‘주인공이 따로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명함’에는 종치기 콰지모도(홍광호·윤형렬)가 주연으로 되어 있지만 욕망과 집착의 길을 걷다 파멸에 빠지는 신부 프롤로(민영기·최민철), 위험천만할 수준의 매력을 소유한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바다·윤공주), 집시들의 우두머리 클로팽(문종원·조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음유시인 그랭구와르(마이클 리·전동석·정동하), 에스메랄다가 사랑하는 근위대장 페뷔스(김성민·박은석)가 모두 주연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이들은 캐릭터의 비중은 물론 등장회수도 엇비슷하다. 마치 다양한 개성을 앞세워 ‘떼’로 승부하는 아이돌그룹같다. 관객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캐릭터,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주연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홍광호·윤형렬의 콰지모도 연기대결

‘노트르담드파리’는 음악도 워낙 뛰어나지만 볼거리도 많은 작품이다. 특히 앙상블 배우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놀라워, 비보잉과 아크로배틱도 불사한다. 15세기 대성당의 이미지를 구현해 놓은 무대도 신선한 예술적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남자배우 중 노래에 관한 한 ‘No.1’에 꼽히는 홍광호의 첫 콰지모도 변신도 흥미롭다. ‘꿀성대’로 불릴 정도로 미성을 지닌 그의 콰지모도는 상당히 새롭다. 거칠고 투박한 쇳소리를 내야 하던 콰지모도의 전형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재해석했다. 반면 2007·2009년에 콰지모도를 맡아 ‘노트르담드파리’ 열풍을 이끌었던 윤형렬은 풍부한 감성의 허스키보이스로 콰지모도의 ‘국제적 표준’을 보여준다.

11월 17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 이거 놓치면 후회할 걸!

● ‘눈 부릅’ 뜨고 봐야 할 명장면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세 개의 종에서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는 아찔할 정도다. 특히 외줄에 의지한 채 온 몸으로 종을 흔들어 대는 장면은 보는 이의 숨을 막아버린다.


● ‘귀 활짝’ 열고 들어야 할 명곡

마지막 장면. 죽은 에스메랄다를 부둥켜안고 콰지모도가 절규하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는 아저씨 관객들마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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