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12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 축구국가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브라질 헐크가 김영권과 기성용의 수비를 뚫고 공격을 하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한국과 브라질의 A매치가 열린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경기 시작 전부터 달아올랐다. 관중수부터 입이 벌어진다. A매치 역대 최다인 6만5308명이다. 2002월드컵 4강전 한국-독일전(6만5256명)을 뛰어넘었다. ‘삼바축구’의 위력이었다.
노란색 유니폼의 브라질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팀이다. 월드컵 대회 출범(1930년) 이후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본선 무대에 오른 유일한 팀이다. 통산 5회 우승으로 최다다. 7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스페인을 꺾고 정상에 서면서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그만큼 상품성이 뛰어나다. 특히 네이마르(바르셀로나) 등 TV화면으로만 봐왔던 선수들을 직접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팬들은 설랬다.
대한축구협회의 티켓 가격 정책 때문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이번 경기의 스페셜석은 20만원, 특석은 10만원. 스페셜석은 대표팀유니폼과 뷔페, 특석은 고급 도시락이 제공됐는데, 일찌감치 동이 났다. 1,2,3등석의 가격도 기존 입장권 가격보다 훨씬 높은 8만원, 5만원, 3만원으로 책정됐지만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경기만 좋다면 팬들은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걸 이번 경기의 매진은 말해준다.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경기라면 바로 이런 경기가 아닐까.
축구협회는 초청료 등을 합해 30억 원 정도 썼다. 입장권이나 중계권료를 합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액수다.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평가전 상대는 이래야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의지가 돋보인다.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강한 상대, 한국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팀, 팬들이 즐거워할만한 국가를 고르겠다는 다짐이 결실을 본 것이다. 이번 브라질전은 축구협회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할만하다.
이제 정답은 나왔다. 평가전 상대를 잘 고르는 일이다. 한국축구의 발전과 팬 서비스를 위한 지름길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이는 축구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토요일 밤의 여운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스포츠 2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