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윤명준 “야구로 효도하겠다는 약속 지킬게요”

입력 2013-10-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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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윤명준. 스포츠동아DB

■ 두산 윤명준이 부모님에게

아버지 어머니, 아들 (윤)명준입니다.

난생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서 공을 던지고 있네요.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꿈에 그리던 무대를 누비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무척 행복합니다. 막내(2남중 막내) 아들을 위한 아버지, 어머니의 지극 정성이 아니었다면 누릴 수 없는 행복이었을 거예요. 어린시절부터 제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으시면서 이제는 아버지, 어머니도 야구박사가 다 되신 것 같아요. 경기가 끝난 뒤 집에서도 가족과 함께 야구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에요. 형도 그렇고요.

제가 경기 도중 위협구를 던져 퇴장을 당했을 때 기억 하시죠?(5월 21일 잠실 넥센전) 항상 기분 좋게 야구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날은 아무 말 없이 저를 안아주셨어요. 그 후에도 며칠 동안은 힘들어하는 저를 위해 위로해주시며 “우리 아들이 야구하면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씀하셨죠.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 저 이상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도 누구보다 아프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버지, 어머니의 위로는 제가 다시 힘을 내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었어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홈경기마다 경기장을 찾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습니다.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선 아들을 보시니 기분 좋으시죠? 어렵게 이 자리까지 섰지만, 절대로 여기에서 만족하지는 않을 겁니다. ‘야구로 효도하겠다’는 아버지, 어머니와의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정성에 보답할 길은 이것뿐이니까요.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어 새 집 한 채 선물 해드리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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