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열광시킨 ‘비보이 배틀’

입력 2013-10-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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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일대일 배틀방식의 비보이 국제대회 ‘레드불 비씨 원 아시아-태평양 파이널’에는 1000여명의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한국의 와일드카드 초청자 킬(KILL·박인수)이 현란한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레드불

■ 레드불 비씨 원 아-태 파이널 日서 개최

일대일 배틀 국제대회…1천여 명 몰려
한국 비보이 챔프 베로, 결승전서 석패
월드파이널 출전가능성 와일드카드 뿐


지난 12일 일본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 일본인들이 신성시 하는 신사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비트의 음악이 꽂히고 있었다. 신사에 마련된 특설무대엔 힙합의 젊은이들이 머리를 바닥에 댄 채 두 다리를 허공에 뻗고는 지구의 땅속까지 구멍 뚫을 기세로 뱅글뱅글 헤드스핀(파워무브)을 돌고 있었다.

바닥에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현란한 발동작(다운록)을 보여주는가 하면 물구나무를 서서 마치 얼어버린 조각처럼 몸을 허공에 지탱(프리즈)하기도 했다. 무대 주위엔 관객들이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고 무대 춤꾼들의 독특한 동작에 손을 뻗히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젊은이들은 물론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에 부는 비보이 바람은 뜨거웠다. 이날 열린 일대일 배틀방식의 비보이 국제대회 ‘레드불 비씨 원 아시아-태평양 파이널’엔 1000여명의 관객들이 몰렸다. 대회 시작 두 시간 전 이미 관람석의 반 이상을 채웠다. 대회가 시작되자 무대 옆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대회 관계자는 일본 비보이 인구를 80만명 선으로 추정했다.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스트리트 댄서만 약 4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약 4배 정도 더 많은 셈이다.

이번 대회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 열차로 1시간 30분을 타고 왔다는 메구미(42) 씨는 “아들과 딸이 타이스케(일본 비보이계 지존)에 반해 2년가량 비보이를 시켰다”며 “온 가족이 함께 이번 대회를 구경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아쉽다! 베로…빅대회에 초대받지 못한 코리아

12일 일본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 특설무대에서 열린 ‘레드불 비씨 원 아시아-태평양 파이널’ 최종 결승전에서 한국 비보이 챔프 베로(VERO·장지광)가 일본 챔프 노리(NORI)에게 아쉽게 져 오는 11월30일 서울서 열리는 ‘레드불 비씨 원 2013 월드파이널’에 초대받지 못했다.

‘레드불 비씨 원’은 일대일 배틀 방식의 비보이 국제대회로 이번 ‘아시아-태평양 파이널’은 아·태 각국 챔피언과 와일드카드 출전자 등 16명이 참가해 자웅을 겨뤘다. 이번 대회는 지역 최종 챔피언 한 명에게만 월드파이널 참가 자격을 준다. 이로써 한국은 오는 29일 발표되는 와일드카드 2장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날 대회에 한국은 서울대회 챔프 베로와 부산대회 우승자인 쇼티 포스(SHORTY FORCE·한상호), 와일드카드 초청자 킬(KILL·박인수) 등 3명이 출전했다. 일본 또한 노리와 ‘배틀 오브 더 이어 2012’ 챔피언 타이스케, 일본 비보이계의 희망 이세이(ISSEI) 등 3명이 지역결선에 진출했다.

한-일 모두 출발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신은 얄궂었다. 준결승서 한국은 쇼티 포스와 베로가 맞붙었고 일본 또한 타이스케와 노리가 배틀을 벌여 ‘내전’을 치러야만 했다.

결국 정상에선 한국의 베로와 일본의 노리가 맞붙었다. 3번의 무브로 챔프를 결정짓는 최종 대결서 노리는 기본기와 파워무브로 승부수를 띄웠다. 순간순간 비트에 맞춰 즉흥댄스로 응수한 베로는 지나치게 상대를 의식하다 페이스를 잃어 노리에게 챔피언의 자리를 헌납해야만 했다.

후쿠오카(일본)|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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