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는 “어릴 때부터 TV를 통해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게 꿈”이었다. KBS 아나운서가 되어서도 관심은 온통 ‘예능’이었다. 프리랜서 1년 사이에 방송가를 장악한 그는 천상 ‘예능인’이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예능 MC의 꿈…머릿속 온통 쇼만 가득
KBS 떠날때 불안하고 반대도 많았지만
이제는 악플보고 나를 되돌아보기도 해
누가 봐도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았던 아나운서.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독자 여러분은 방송인 전현무를 꼽을 것이다.
KBS 공채 32기 아나운서 출신인 전현무는 ‘밉상’ 캐릭터를 내세워 프리랜서 선언 1년 만에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채널 등 각 방송사를 섭렵하는 데 성공했다. 정작 그 자신은 “KBS 재입성까지 아직 2년이 남아(퇴사 아나운서는 3년 동안 출연 규제) 섭렵한 것이 아니다”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평생 꿈이었던 ‘예능 MC’의 길을 걷고 있어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매일 진행하는 MBC 라디오 ‘굿모닝 FM’을 비롯해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SBS ‘우리가 간다’, tvN ‘백만장자 게임 마이턴’ ‘가족삼국지’ 등 모두 6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김구라 등 ‘예능MC 선배들’ 자리까지 ‘야금야금’ 파고들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너 어떻게 견디냐?’이다. 최근 2개 프로그램이 종영해 그나마 숨 돌릴 틈이 있다. 재미라도 없으면 못 견딘다. 아침에 일어나면 몽둥이로 온 몸을 맞은 것처럼 아프고 쑤신다. 지난주에는 녹화를 하다 목이 쉬었다. 의사는 절대 목을 쓰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러나. 워낙 일을 많이 해 회사에서도 말렸는데, 다 내가 고집해서 하는 거라 누굴 원망도 하지 못한다. 하하하!”
그가 지난해 프리랜서 선언을 할 때 부모님을 비롯해 주위에서는 “결사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왜 든든한 울타리에서 나오려고 하느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나도 불안했다. KBS에서는 일이 없어도 월급이 나온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기본급 자체가 없다.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일도 없고 막막하다. 그래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온 것은 꿈을 위해서였다.”
전현무의 꿈은 ‘MC’다. KBS에 입사했지만, 뉴스에는 별다른 뜻과 관심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쇼’만 가득했다.
“스스로 ‘TV키드’라고 부른다. 어릴 때부터 TV를 통해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게 꿈이었다. KBS에서 7년 동안 일하는 동안 어머니가 ‘그래도 뉴스는 한 번 해봐야지’라고 몇 번 말씀하셨지만, 나는 전혀 꿈꾸지 않았다.”
전현무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웃길까?’ 생각한다. 가끔 ‘오버’해 비난도 받지만, 그렇다고 진지해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느 순간 내 등장 장면 자막에선 ‘밉상’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더라. PD들이 편집을 하면서 그렇게 느꼈나보다. 내가 봐도 밉상이더라. 그런데 캐릭터가 억지로 잡히는 게 아니다. 수위 조절을 잘 해야 하는데 그걸 넘어서면 욕도 먹고 질책도 받는다. 댓글을 모두 읽어본다. 악플을 보고 나를 반성하며 되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밑도 끝도 없이 비난만 하지 말고, 근거 있는 악플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래도 ‘자연인’ 전현무는 그런 캐릭터와는 많이 다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나름 진지한 사람이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오가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일과 생활은 철저하게 다른 거니 일이 가능한 것이다. 시청자나 팬들이 진지한 모습을 좋아하는 게 아니잖나. 더 웃기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타성에 젖어 방송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 잘 하는 것만 해서는 안 되고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저 속없이 웃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언젠가 알아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러면 언젠가 손에 꼽히는 ‘예능MC’가 되어 있지 않을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