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으로 본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의 보호 장비
시속 150km 달하는 퍽과 스케이트 날 등 큰 위협
헬멧·마스크·보호대 등 장비 무게만 20kg 내외
경량화·기능성 모두 잡는 신소재 연구 개발 집중
보디체크, 스피드, 박진감 등은 아이스하키를 떠올릴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빠른 스피드와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 ‘마초 스포츠’로 불리기도 한다. 아이스하키는 유럽과 북미 지역에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고, 일반인들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서의 위치도 확고한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스키나 스노보드만큼의 대중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파이팅 넘치고 역동적인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을 보고는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만, 스케이팅 시 갖춰야 할 어마어마한(?) 장비들을 보면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된다. 압축고무로 만들어진 퍽의 스피드에 혹시라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도 쉽게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애요인이다. 그러나 규정에 맞는 장비만 잘 갖춘다면 어느 종목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장비 하나 하나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는 6명이 한 팀을 이뤄 빙판 위에서 스틱을 이용해 원반처럼 생긴 퍽을 상대방 골대에 넣어 승패를 가리는 경기다. 빗자루로 바닥을 쓸어내는 듯한 동작의 슬랩샷은 퍽의 속도를 시속 150km에 달하게 만들며, 선수들의 스케이팅 활주 속도도 시속 50km를 넘나든다. 지름 7.62cm, 두께 2.54cm의 경화고무로 만든 퍽은 관중석의 팬들까지 긴장시키며 보는 재미를 북돋운다. 이렇게 빠른 스피드를 컨트롤하고, 안전하게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선 각종 장비의 기능성과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아이스하키에 필요한 장비는 크게 스틱, 스케이트, 헬멧, 보호대, 골키퍼 전용 장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 부러지지 않는 아이스하키 스틱의 비밀은?
아이스하키 스틱은 탄소섬유와 유리섬유를 머리카락 땋듯이 꼬아서 중간축으로 삼고 나노유기물질이 첨가된 레진으로 이를 빈틈없이 채워 이음새 없이 만들어진다. 이런 새로운 나노과학기술로 탄생된 아이스하키 스틱은 부러지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또한 스틱 재질의 과학적 발달은 빠른 스피드의 퍽을 적절히 컨트롤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탄소섬유의 함량에 따른 스틱의 내구성과 탄성도를 조절해 선수의 기술수행능력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나노과학기술로 무장한 팀이 좋은 기량을 펼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 투박해 보여도 가볍고 날쌘 스케이트
흔히들 스케이트 ‘날’이라고 표현하는 블레이드는 아이스하키의 경우 피겨나 스피드스케이팅에 비해 두껍고 견고하다.
아이스하키용 슈즈에 사용되는 카본섬유는 잦은 충돌에도 선수의 발을 보호할 수 있는 내구성과 선수들이 자유자재로 스케이팅할 수 있도록 경량성을 높이는 데 유용한 소재다. 많은 스포츠용품에 카본섬유가 사용되는 것도 내구성과 경량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레이드의 모양은 스피드용 스케이트의 속도와 피겨용 스케이트의 활동성을 함께 적용하고 있다. 자유로운 회전과 스피드가 모두 필요한 아이스하키용 블레이드는 피겨용 블레이드보다 다소 길고, 가운데가 약간 불룩하게 제작된다. 단, 골키퍼 스케이트는 블레이드 양쪽 끝이 막히도록 제작해 퍽이 통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 빙판 위의 방탄복, 각종 보호 장비
퍽의 속도는 시속 150km 안팎이다. 그리고 단단한 고무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는 두꺼운 판자도 뚫을 만큼 강한 위력을 갖고 있으며, 장비의 빈 틈새에 가격된 퍽은 선수의 사망 사고로 이어질 만큼 위협적이다.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스하키는 여러 가지 보호장비를 사용한다. 경기 규정에도 장비에 대한 규칙을 엄격히 제시해 안전규격에 위배될 경우 경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표면의 강도는 높이고, 선수의 몸과 닿는 부분은 부드럽고 쿠션이 좋도록 하기 위해 탄소 소재와 스펀지 재질을 사용한다. 또 선수들은 하키용 헬멧, 마스크, 마우스피스, 팔꿈치 보호대, 장갑, 무릎 및 정강이 보호대 등 각종 장비를 착용하는데 이 무게는 20kg 내외다. 경기를 마치고 나면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체중이 2∼3kg이나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아이스하키 용품 생산업체들은 선수의 안전 확보, 장비의 경량화, 기능성 유지 및 증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국민적 관심과 성원 속에 준비되고 치러져야 할 것이다. 동계 종목 중 특정 종목에만 치우친다는 우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아이스하키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생활스포츠로서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대표팀에 대한 적극적 지원 정책을 펼친다면 올림픽 본선 진출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아이스하키를 통해 많은 국민이 환호하고 감동의 박수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송주호 박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