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수련선수의 절박함…꿈이 이루어진다

입력 2014-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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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녕-김홍정-김보균(왼쪽부터). 사진|발리볼코리아·스포츠동아DB

■ 프로배구 비정규직 선수의 도전

김강녕, 은퇴 위기 딛고 삼성화재 리베로
‘긍정맨’ 김홍정, 러시앤캐시 주전 센터로
LIG 김보균, 김요한 공백 메우며 주전 기회


요즘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비정규직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교육을 다 마쳤지만 마음에 드는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보다 훨씬 대우가 나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만이 이들을 기다린다.

프로배구에도 비정규직은 존재한다. 선수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하는 V리그에서 프로입단 드래프트를 통해 최소 3년에서 5년의 계약기간을 보장받는 선수가 있는 반면 1년 안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수련선수도 있다. 이들 수련선수가 1년의 힘든 비정규직 기간을 잘 버티고 정규직 선수가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해마다 기존선수에 밀리고 새로 오는 신인에 치이는 수련선수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기에 꿈을 이룬 경우도 있다.

요즘 삼성화재 주전 리베로 자리를 놓고 FA 영입선수 이강주와 경쟁하는 김강녕(28). 2008∼2009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가 됐다. 2부 리그 조선대학교 출신으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삼성화재의 훈련은 힘들었다. “그렇게 할 거라면 배구 관둬”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선수를 강하게 키우는 신치용 감독의 불호령을 견디지 못해 1년 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실업배구 용인시청에서 편하게 운동을 했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자 그 호통이 그리워졌다.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여오현에 가려 땜질용 리베로 혹은 원 포인트 서버로 출전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번 시즌 여오현은 현대캐피탈로 갔다. 드림식스에서 이강주가 왔지만 더 이상 지기 싫었다. 아직은 신 감독의 눈에 차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요즘 경기에 출전하는 기회도 많아지고 생애 처음 인터뷰도 해봤다.

신생팀 러시앤캐시의 센터 김홍정(28). 2009∼2010시즌 삼성화재 수련선수로 입단했다. 1년 만에 배구를 포기했다가 다시 돌아온 것도 김강녕과 같았다. 김세진 감독은 신생팀 확대드래프트 때 삼성화재에서 김홍정을 선택했다. “팀에 모범을 보일 선수. 어린 선수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던 기준대로였다. 평소 김홍정의 성실함을 잘 알고 있던 김 감독은 주장이라는 완장도 안겼다. 김홍정은 팀 리더로서 후배들에게 희망을 안기는 전도사였다. 지난해 12월26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우리들의 비장의 무기는 아직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희망의 끈을 끝까지 놓치지 말자!!!‘ 였다. 이번 시즌 김홍정이 기록한 21개의 블로킹과 58개의 속공(개인통산 최고기록)은 비록 출발이 남들보다 떨어졌지만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또래 젊은이들에게 보여주는 사례다.

김요한의 1라운드 부상으로 가슴을 쳤던 LIG손해보험 문용관 감독에게 조그만 위안을 줬던 건 레프트 김보균(25)의 선전이었다. 탄탄한 수비로 팀의 약점을 보완해줬고 4개의 블로킹과 10번의 공격성공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0∼2011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입단했다. 그보다 앞 순번으로 입단했던 동기들을 제치고 주전 기회를 잡은 유일한 경우다.

삼성화재 강민웅(29)도 2007∼2008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입단했다. 비록 동기 유광우에 밀려 있지만 병역을 마친데다 가능성이 커 최근 세터가 필요한 팀에서 탐을 냈다. 출발이 늦었다고 도착이 항상 늦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토끼형 인간도 있고 거북이형 인간도 있다. 누가 마지막에 성공할지는 땀과 희망이 대답한다.


● 러시앤캐시, 한국전력 잡고 꼴찌 탈출

한편, 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남자부 3라운드에서 러시앤캐시가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1로 누르고 5연패에서 탈출하며 탈 꼴찌에 성공했다. 러시앤캐시는 이날 승리로 4승12패(승점15)를 기록하며 한국전력(4승10패·승점 13)을 최하위로 밀어내고 6위로 올라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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