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사랑의 온도는 늘 비극…크기로 보면 달라져요”

입력 2014-03-1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김고은은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연기로 표현할 수 없다”며 사실적인 연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고은은 13일 ‘몬스터’를 공개하고 ‘협녀:칼의 기억’으로 또 다시 관객과 만난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13일 개봉 ‘몬스터’서 8세 지능 복순 열연 김고은의 사랑예찬

“2년만의 복귀…부담감도 즐길 것
이민기와 족발 격투신 찍다 죽는줄
계속 힘든 영화와 인연? 젊잖아요
그 시대 대변하는 배우 되는 게 꿈”


과거의 사랑이든, 현재의 사랑이든, 그 경험이 상처이든, 기쁨으로 남았든, 사랑에 관해 진지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생각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여기,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배우가 있다. “사랑은 온도가 아니라 크기로 표현해야 맞다”고 말하는 김고은(23)이다.

김고은과 사랑에 관한 대화를 시작한 건 그에게 ‘꿈’을 물은 뒤였다. “언젠가 맡고 싶은 역할”이라고 운을 뗀 뒤 이어진 말은 꽤 길었다.

“옆을 돌아보면 있을 법한, 그 시대의 삶을 대변하는 여자를 연기하고 싶다. 40∼50년이 지나고 봐도 ‘아! 저땐 저런 모습으로 살았구나’ 한 눈에 보여줄 법한 여자 말이다.”

그러면서 연극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읍내’라는 연극이 있다. 시대의 모습과 고민을 잘 그려낸 작품 같다. 나는 사랑에 있어서도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 남녀의 사랑이라고 해서 자극적인 것들만 부각되지 않는.”

2년 전 영화 ‘은교’를 통해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김고은은 순수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빼앗았다. 갓 스무 살을 넘긴 배우가 사랑과 질투, 욕망을 넘나들며 표현해낸 다양한 감정들은 그를 영화계 기대주로 올려놓았다.

“사랑에 있어서 셀림과 떨림이 전부라면, 그건 정말 시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은교’를 찍기 전부터. 모든 영화와 희곡은 사랑 이야기에 목숨을 건다. 사랑에 대한 고민 없이,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연기로)표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고은의 말은 이어졌다.

“흔히 ‘사랑이 식었다’고 표현하지 않나. 사랑을 온도로 치면 언제나 비극이다. 하지만 사랑을 크기로 보면 다르다. 부피는 그대로 유치된 채 그 모양이 네모, 세모로 바뀌는 것뿐이다. 사람이 변하는 것만큼 사랑의 모양도 변하는 건 당연하니까.”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랑을 해 보았느냐’고. 예상했던 답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하! 그건 노 코멘트!”

‘은교’를 끝내고 2년이 지났다. 그동안 김고은은 두 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 가운데 ‘몬스터’를 13일 관객에게 먼저 내놓는다. 하반기에는 ‘협녀:칼의 기억’(이하 협녀)을 꺼낸다. “‘은교’ 이후 충분히 즐길 준비를 마치고 시작한 영화들이라 주위의 우려보다는 힘든 건 덜했다”는 그는 “워낙 부담 같은 감정을 느끼는 편이 아니다”며 웃었다.

‘몬스터’는 유년기 상처 탓에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이민기)와 그에게 동생을 잃은 여자의 대결을 그렸다.

김고은은 영화에서 8세 지능을 지닌 복순을 연기했다. 스릴러와 코미디를 오가는 이야기에서 김고은은 다채로운 개성을 드러내고, 끝내 살인마와 피의 대결을 펼친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이민기와 김고은의 ‘족발 격투’ 장면은 잔혹함과 충격 그리고 진한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전한다. “솔직히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압박이 심했다”고 김고은은 당시를 돌이켰다.

김고은은 ‘몬스터’를 끝내고 곧장 무협액션 ‘협녀’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김고은은 대부분 와이어를 차고 액션 연기를 했다. 촬영이 끝난 건 2월 말. 이미 20여일이 지났지만 혹독한 촬영 과정은 그의 손등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른손 검지는 찢어져 세 바늘을 꿰맸다. 상처는 여전히 빨간 생채기를 드러내고 있다.

‘힘든 영화만 골라하는 것 같다’고 물었다.

“젊잖아요. 하하! ‘몬스터’ 개봉하고 나면 한 달 남짓 혼자 여행을 떠날 거다. 아직 장소는 정하지 않았지만 무조건 딱 한 장소에 가서 오래도록 지내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