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1군’ 김기태의 파격

입력 2014-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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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최연소 사령탑인 LG 김기태 감독이 또 한번 창의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수들이 단 한 경기라도 더 많이 뛰어볼 수 있도록 1군 선수단을 A팀과 B팀으로 나눠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모두 시범경기를 치르게 하는 팀 운영안이다. 스포츠동아DB

■ LG, 시범경기서 A팀·B팀 이원 운영

“많이 던지고 많이 치는 게 시범경기 목표”
A팀은 13·14일 대구구장서 삼성 1군 상대
정의윤·오지환 등 B팀은 삼성 2군과 경기
두꺼워진 전력…유망주들 1군 경험 기회


LG 김기태(45) 감독은 프로야구 최연소 사령탑답게 매우 창의적 스타일을 보인다. 봉중근의 마무리 변신, 정성훈의 1루수 이동, 문선재의 외야 겸업 등 포지션 파괴도 망설이지 않는다. 김 감독은 2014년 시범경기에서 1군을 2개 팀으로 나누는 또 하나의 매우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마디로 기상천외한 팀 운영이다.


● LG의 혁신적 실험

김기태 감독은 1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NC전을 앞두고 “시범경기에선 선수들이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 목적이다. 투수들도 공을 많이 던지고, 야수들도 타석에 많이 서야 한다. 팀을 2개로 나눴다. 13∼14일 한 팀은 대구구장에서 삼성 1군, 다른 한 팀은 경산(볼파크)에서 삼성 2군과 경기를 한다”고 밝혔다.

1·2군 개념이 아니다. ‘A팀’과 ‘B팀’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지난해 4번타자로 활약한 외야수 정의윤, 주전 유격수 오지환 등이 B팀에서 경기를 할 예정이다. 봉중근, 우규민 등은 B팀에서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한 뒤 A팀에 합류했다. LG는 퓨처스리그 시범경기 개막 이전까지 계속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 일정을 잡아놓았다.

LG는 이진영, ‘큰’ 이병규(9번), ‘작은’ 이병규(7번), 박용택 등 풍부한 외야자원을 갖추고 있다. 유격수로도 노장 권용관과 부상에서 복귀한 박용근을 테스트하고 있다. 정의윤, 오지환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도 B팀에서 뛰며 더 많은 실전을 경험하고 있다. 베테랑 임재철도 B팀에서 뛸 예정이었지만, 다리 근육통으로 빠져 있는 상태다.


● 두꺼워진 선수층과 자신감

LG가 이 같은 실험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탄탄해진 선수층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기태 감독에게 “2년여 만에 선수가 30명 이상 많아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원래 선수는 많아 보이다가도 시즌 중에 갑자기 몇 명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런다”며 웃었지만, 적극적인 유망주 발굴과 트레이드를 통해 최근 LG의 선수층은 급격히 두꺼워진 것이 사실이다.


● 유망주들의 1군 경험은 보너스

김기태 감독은 “유망주들도 A팀에서 선배들이 던지고 타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공부가 된다. 나눠서 시범경기를 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이득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시즌 말 엔트리가 확대되기 전까지는 유망주들이 1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다. 직접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1군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은 당장의 성장과 더불어 훗날의 1군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일거양득의 포석인 것이다.

창원|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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