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두 번 죽이는 ‘보이스피싱’

입력 2014-05-26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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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요금 환급 현혹해 개인정보 요구
정부의 유족 개인정보 관리 소홀 의심도


세월호 침몰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찰과 유가족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A씨는 23일 오후,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여성은 자신을 KT직원이라고 밝히고 “유가족들에게 4∼5월 휴대폰 요금을 환급해주고 있다”며 통장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려달라고 했다. A씨는 “집사람과 통화해보라”며 집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집에 있던 A씨의 아내는 이 여성에게 공과금 통장 계좌번호 등을 건넸다.

그러나 이후 수상하다고 느낀 A씨가 확인 결과 KT에서는 유가족에게 이 같은 전화를 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계좌번호가 노출된 은행 계좌의 지급정지 신청을 하는 한편 경찰에 보이스피싱 의심신고를 했다. A씨의 신고 후 비슷한 전화를 받은 유가족 3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다행히 아직까지 금전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며 “피해가족 대책위 등에 알려 다른 유가족들에게도 보이스피싱에 주의할 것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KT관계자는 “세월호 사고를 당한 피해자 가족 등에게 통신요금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전화로 계좌번호 등을 요구하진 않는다”며 피해가족의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불특정다수가 아닌 자신들을 대상으로 특정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발생하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A씨는 “유족인 것을 알고 전화한 것을 보면 세월호 사고를 당한 피해가족들의 연락처를 다 알고 있다는 얘기”라며 “사고 후 정부 여러 기관에서 가족의 개인정보를 수집해갔는데 제대로 관리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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