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귀신 얘기 사라진 여름 안방

입력 2014-05-2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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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드라마는 귀신이 나와야 하고 바다가 등장해야 한다?’ 이제 옛말이다. 뻔하지 않은 신선함을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가 늘면서 ‘뻔한’ 내용의 여름을 겨냥한 드라마는 오히려 사라지는 추세다. 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은 공포 드라마의 대명사 ‘전설의 고향’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운대 연인들’, ‘해변으로 가요’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SBS

■ ‘여름드라마’가 사라진다

공포·해양 여름 단골 소재 자취 감춰
시청자들 새롭고 신선한 스토리 요구
분장·야외 촬영 제작비 부담도 한몫


안방극장에서 ‘여름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계절 특수를 노리는 ‘맞춤형’ 드라마가 없어지면서 ‘귀신’, ‘바다’ 등 여름 단골 소재도 더는 TV에서 찾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 편성표에서는 계절 분위기를 담은 ‘여름 드라마’를 찾아볼 수 없다. 7월 방송 예정인 MBC 수목드라마 ‘야경꾼일지’가 귀신을 잡는 야경꾼 이야기이지만 공포 장르와는 거리가 먼 판타지 로맨스다.

거의 매년 지상파 방송사들이 적어도 한 편씩이라도 여름용 공포 드라마를 편성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분위기는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지섭·공효진의 ‘주군의 태양’이 공포 드라마 장르로서 인기를 얻었고 앞서 2012년에는 귀신이 주인공인 ‘아랑사또전’이 방송돼 그 명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도 올해의 예외적인 상황은 더욱 눈에 띈다.

공포 장르는 물론 여름이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도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7∼8월이면 어김없이 방송된 해양 드라마는 2012년 ‘해운대 연인들’ 이후 더는 제작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여름 안방극장의 분위기가 변화한 데에는 달라진 시청자의 요구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계절을 겨냥해 드라마를 제작하는 의미가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다”며 “여름 드라마라고 해서 당연히 바다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 가능한 이야기보다 신선하고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드라마와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가 더 많다”고 말했다.

또 치솟는 드라마 제작비도 한몫을 했다. 공포 장르는 등장인물들의 특수분장이나 컴퓨터그래픽 효과에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하다. 바다가 배경인 드라마 역시 대규모 야외촬영에 따르는 비용 부담이 크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시청자 눈이 높아져 특수분장, 컴퓨터그래픽 작업의 완성도를 만족하게 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며 “그 정도의 노력으로 차라리 새로운 장르에 투자하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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