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현대 야구 ‘투수 분업화’ 14년째 노히트노런 NO

입력 2014-05-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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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우 통산 10호 후 노히트노런이 사라진 이유

한국프로야구에 노히트노런은 ‘천연기념물’이 됐다. 아니 사라졌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에서 한화 송진우(현 2군 투수코치)가 기록을 세운 이후 14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1984년(해태 방수원) 역대 1호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이후 역대 10번밖에 없었다. 그만큼 힘든 기록이라는 방증이지만, 노히트노런은커녕 완봉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유가 있다.


● 투수 분업화로 투수 힘 약해져…투구수 많은 한국리그 스타일도 한몫

현대야구는 분업화 돼있다. 마운드가 선발투수∼중간계투∼마무리투수로 운영된다. 그렇게 파생된 단어가 한계투구수다. 선발 투구수가 100개를 넘기면 교체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분업화가 정착되다보니 투수들의 내구성이 약해졌고, 9회까지 공을 던질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지적이다. 1989년 한 차례 노히트노런(7월 6일 광주 삼성전)을 기록한 바 있는 KIA 선동열 감독은 “지금 노히트노런이 문제가 아니다. 완봉도 안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수들이 분업화하면서 6회, 7회가 되면 중간투수로 바통을 넘길 수 있다는 안도감을 갖는 것 같다. 선발로서 9회 끝까지 던지려는 생각 자체가 없고 스스로 100개나 110개로 한계투구수를 정한다”고 말했다. 물론 투구수를 늘리는 한국프로야구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선 감독은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를 다 경험해본 (데니스) 홀튼이 한국 스트라이크존이 가장 좁다고 했다”며 “타자들도 공을 많이 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투구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5회면 투구수 100개 훌쩍…힘으로 이겨낼 투수가 없다

차명석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대기록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으로 ‘투구수’를 꼽았다. 차 위원은 “7회까지 투구수가 100개 안에 던져야 노히트노런이든, 완봉이든 도전할 수 있다. 이닝당 14개 정도라고 보면 된다”며 “그러나 현재 각 팀의 선발투수들이 5회만 되면 100개가 넘는다. 이 추세라면 당분간 기록이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투수들의 투구수가 많은 이유는 볼배합이다. 차 위원은 “어차피 기록은 투구수 싸움인데 타자와 힘 대 힘으로 붙어서 이겨내는 투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제구력 위주로 공을 던지게 되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공을 떨어뜨리거나 해서 유인하려고만 한다”며 “밴덴헐크(삼성)가 얼마 전 완투(25일 대구 넥센전)를 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된다. 힘으로 윽박지를 수 있는 투수가 없다. 계속 투구수가 늘어나면 완봉도 나오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 “9회까지 던질 생각 않는다”…완투해봐야 기록 나온다

투수들의 마음가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 관계자는 “서커스단에서 코끼리를 잡아두기 위해 어릴 때부터 발목에 쇠고랑을 채운다, 코끼리가 나중에 몸집이 커진 뒤에는 충분히 쇠고랑을 부술 수 있지만 어릴 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체득됐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라며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도 9회까지 완투하던 투수가 던지다보면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지금 투수들은 분업화에 몸과 마음이 맞춰져있고, 9회까지 던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투수들을 키우고 있는 지도자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광주|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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