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호 “정몽주가 유약하고 우유부단? 모르고 하는 소리”

입력 2014-06-07 0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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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 무인인 동시에 외교관…기개 있는 인물로 그렸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만든 정몽주,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

KBS1 대하사극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은 사극 명가로 불리던 KBS의 자존심을 세워준 작품이자,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존재였다.

이런 눈부신 성과에는 초반 박영규가 연기한 정치 9단 이인임의 존재와 더불어 이성계(유동근), 정도전(조재현) 등과 함께 삼각관계를 형성해 긴장감을 높인 '마지막 고려인' 정몽주(임호)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임호가 밝힌 바로는 정몽주는 본래 그의 것이 아니었다. '임호=정몽주'라는 인식이 만들어진 지금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다른 배역 때문에 회의하게 됐어요. 그런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정몽주 역이 정말 탐이 나더군요. 작가와 PD에게 그 자리에서 '나한테 정몽주 역을 시켜달라'고 했어요."


이후 그는 대본리딩를 거쳐 작가와 PD의 회의 끝에 정몽주 역을 얻게 됐다. 당시 정도전과 이성계 역이 모두 확정된 상태에서 뒤늦게 정몽주 역을 맡아 극의 중심축을 맡게 된 것이다.

"정몽주 역을 맡고 나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두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은 흔히 정몽주 선생을 단순히 충신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는 전쟁터에 부장으로 활동해서 공을 세우기도 했고 외교관으로 활동해 명나라로 끌려간 고려인들을 데려온 적도 있었죠. 그래서 우유부단하거나 유약한 학자가 아닌 기개와 강단을 갖춘 인물로 만들고 싶었어요."

임호가 설정한 정몽주의 기개와 강단은 이미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목격됐다. 그가 만든 정몽주는 때때로 정도전보다 더 거침없는 젊은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동근, 조재현 등과 함께 드라마에서 빠져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유동근 씨나 조재현 씨가 어디서 연기로 빠지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촬영현장에서는 다들 각자 대본에 빠져서 분석하기 바쁘고 서로 준비해 온 것들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고민해요. 그러니까 전투의 신 많은 사극만큼 에너지가 들어가죠."


앞서 언급한 대로 임호는 '광개토태왕'에서 모용보 역을 비롯해 '대장금'의 중종뿐만 아니라 사도세자까지 시대별 왕과 신하들을 연기했다. 그는 "고구려 왕만 못해보고 거의 다 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극은 현대극과 다른 매력이 있어요. 스튜디오에서부터 움직이는 동선이 상당히 제약되어 있죠. 그러다 보니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독대 장면에서 나름의 축을 잡고 밀고 당기기를 못하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어낼 수 없죠. 그 매력에 빠지면 힘들어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흔히 사람들은 정몽주 이전의 임호를 '왕' 전문 배우라고 불렀다. 매번 아파서 누워 있거나 혹은 음식을 맛본 후 "맛있구나"를 연발하는 왕 혹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있던 한심한 왕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해도 왕 역할이 들어오면 마다할 생각은 없어요. 정몽주 역을 맡게 된 것도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거나 이런 차원의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에요. 그래도 많은 사람의 축하 속에서 정몽주 역을 떠나보낼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절대 정몽주에 대한 호평이 저 혼자만 잘해서 된 거로 생각하지 않아요. 제 뜻을 잘 녹여내 주신 작가님의 대본과 PD님을 비롯해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앞으로도 정몽주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나오겠지만 이런 도움 없이는 아마 제가 만든 정몽주를 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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