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괴물투수’스트라스버그 “내 야구 멘토는 할머니”

입력 2014-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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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동아닷컴DB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메이저리그에는 ‘괴물투수’로 불리는 투수가 2명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류현진(27·LA 다저스)과 워싱턴의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6)가 바로 그들.

우완 정통파 투수인 스트라스버그는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워싱턴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그는 계약 마감시간 단 77초를 남겨놓고 역대 신인 최고액인 4년 총액 1510만 달러(약 155억 원)에 계약해 큰 화제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스트라스버그는 대학시절 최고구속 100마일(약 160km)의 속구를 던지며 이미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대학 3학년 때인 2009년에는 시즌 성적 13승 1패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했고 그 해 5월에는 자신의 첫 노히트 게임도 달성했다.

2008년 세계대학야구선수권 대회에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스트라스버그는 에이스로 활약하며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같은 해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한국에 밀려 동메달에 그쳤다.

스트라스버그는 빅리그 전체 1번 지명자답게 프로진출 단 1년 만인 2010년 6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그는 피츠버그를 상대로 7이닝 2실점으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스트라스버그가 이날 경기에서 기록한 탈삼진 14개는 내셔널리그 신인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빅리그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스트라스버그는 그 후 2달 동안 총 12경기에 선발등판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2.01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을 당해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를 받으며 시즌아웃 됐다.



스트라스버그는 수술과 재활로 인한 약 1년 간의 공백을 딛고 2011년 9월 빅리그에 복귀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복귀였다.

2012년에는 총 28경기에 선발등판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6의 호성적을 남겼다. 올스타에 뽑힌 것은 물론 내셔널리그 이주의 선수와 이달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그 해 타율 0.277 1홈런 7타점을 기록한 스트라스버그는 각 포지션 별 최고의 타격을 한 선수에게 주는 실버슬러거상도 받았다.

당시 워싱턴은 스트라스버그의 활약에 힘입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워싱턴은 팔꿈치 수술 전력이 있는 스트라스버그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투구 이닝에 제한을 뒀다. 워싱턴은 2012년 9월 8일(이하 한국시간) 스트라스버그가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시즌 159.1이닝에 도달하자 그를 바로 팀 전력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 현지에서는 많은 논란이 일었다. 당사자인 스트라스버그도 불만을 토로했고 특히 워싱턴이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탈락하자 논란은 가중됐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동아닷컴DB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동아닷컴DB


스트라스버그는 지난해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하이인 183이닝을 던졌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아 8승 9패 평균자책점 3.00에 그쳤다. 하지만 2012년 197개에 이어 지난 해에도 삼진 191개를 잡아 ‘닥터 K’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맞이한 스트라스버그는 5일 현재 총 13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3.10, 탈삼진 101개를 기록 중이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괴물투수’ 스트라스버그를 최근 미국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다음은 스트라스버그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웃으며) 몸과 마음 모두 다 좋다. 등판하는 모든 경기마다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올해 호투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적이 있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그게 바로 야구의 특징이자 매력 아니겠는가? 투수가 못 던져도 타선의 지원을 받아 이기는 날이 있고 그 반대로 호투했어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래서 투수는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등판하는 매 경기마다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던지는 공은 내가 관리할 수 있지만 승리는 내 능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빅리그 1차 지명을 포함해 데뷔 후에도 잘하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 특별한 비결은 없는 것 같다. 아마추어 때도 그랬고 프로에 온 지금도 그렇지만 코칭스태프의 말을 경청하면서 좀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특별한 것은 없다. 등판하는 매 경기마다 집중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아울러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투구 이닝에 대한 욕심은 없나?

“(웃으며) 그 질문 나올 줄 알았다. 지난해에는 200이닝 이상을 던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183이닝) 물론 올해도 200이닝 이상을 던지고 싶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에만 연연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등판하는 경기마다 기복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투구 이닝에 대한 목표를 정해 놓으면 예전처럼 또 더 이상 못 던질 수도 있다. 하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동아닷컴DB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동아닷컴DB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던 날이 가장 행복했다. 돌이켜보면 물론 한 때였지만 ‘내가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만큼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때부터 명성을 날렸던 당신도 그런 때가 있었나?

“그렇다. 고교 2학년 때 시즌 성적이 (웃으며) 무려 1승 10패였다. 암담했다. 고 3때는 이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당시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학도 원래는 야구명문 스탠포드를 가고 싶었지만 그 것 역시 불발돼 차선책으로 샌디에이고 대학에 진학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좋아진 것인가?

“대학에 진학해 코치나 트레이너 등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을 통해 체중도 감량했고 야구실력이나 정신력도 좋아질 수 있었다. 고마운 분들이다.”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머니를 본인의 야구멘토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할머니의 영향력이 그 정도인가?

“(웃으며) 그렇다. 물론 내가 성장한 후에는 아버지가 야구에 대해 많이 알려주시고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하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에게 처음 야구를 알려주신 분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두 분이 틈날 때 마다 나와 함께 캐치볼도 해주고 타격도 할 수 있도록 해 주셨기 때문에 두 분의 은혜를 결코 잊을 수 없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골프를 좋아한다. 그래서 주로 골프를 치는 편이고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특히 생후 7개월 된 딸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되도록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딸이 있는 줄 몰랐다. 늦었지만 아빠가 된 걸 축하한다.

“고맙다.”

-스트라스버그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야구는 마치 우리네 인생과 흡사하다. 인간의 삶에 항상 좋은 날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야구 역시 잘하는 날도 있고 반대로 못하는 날도 있다. 야구의 이런 과정들을 통해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야구나 인생이나 경험을 통한 교훈을 벗삼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꼭 좋은 날이 오는 것 같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다. 올 해는 꼭 200이닝 이상을 던지기 바란다.

“하하. 고맙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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