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삼 촌장 “AG 목표 金 90개…국민께 희망 드릴 것”

입력 2014-06-11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도국가대표선수 출신인 최종삼 선수촌장은 대표팀 감독, 용인대 교수 등을 거쳐 지난해 4월 ‘국가대표의 요람’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취임했다. 최 촌장은 “국가대표는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그 명예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릉|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인천 아시안게임 D-100…태릉·진천선수촌장이 밝힌 한국선수단의 꿈

기세 등등 일본 제치고 종합 2위 고수
휴일 반납 지옥훈련 펜싱 특별히 기대
日 강세 육상·수영도 우리가 꺾어주길…
선수촌 피자 데이 화제…소통의 장이죠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11일로 D-100을 맞았다. 9월 19일 개막해 10월 4일 막을 내리는 이번 대회에는 45개국에서 1만3000여명의 선수 및 임원이 참가한다. 한국은 그간 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1986년 서울대회에선 금93·은55·동76개로 중국(금94·은82·동46개)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숫자에선 중국에 불과 1개 뒤졌고, 메달 합계(224개)에선 중국(222개)보다 2개 많았다. 2002년 부산대회에서도 안방 신화는 이어졌다. 금96·은80·동84개로 중국(금150·은84·동74개)에 이어 종합 2위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에는 36개 종목에 439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90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정도라면 2010년 광저우대회(금76·은65·동91개)에서 달성한 종합 2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미 아시안게임 모드에 들어간 국가대표선수들은 태릉과 진천선수촌 등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훈련을 총괄하고 있는 최종삼(66) 선수촌장을 만나 아시안게임 준비상황과 선수지도 철학에 대해 들었다. 최 촌장은 유도국가대표선수 출신으로 대표팀 감독, 용인대 교수를 거쳐 2013년 4월 선수촌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선수단의 목표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국가대표선수들이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체육 개혁·정화 작업이 계속되면서, 현재 한국체육계가 뒤숭숭한 부분이 있다. 선수촌 역시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추스르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1차 목표는 금메달 90개다. 국내서 대회가 치러지는 만큼 종합 2위도 지켜야 한다. 변수는 최근 일본의 기세가 무섭다는 것이다.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체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은 안방에서 열린 19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 금64·은75·동79개로 한국을 금메달 1개차로 제치고 종합 2위에 올랐다. 그러나 1998년 방콕대회, 2002년 부산대회, 2006년 도하대회, 2010년 광저우대회에선 모두 한국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특별히 기대하는 종목이 있나?

“1988서울올림픽 때 여자유도대표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강훈련을 시켰다. 매주 화요일마다 공포의 인터벌트레이닝을 했는데, 선수들이 ‘다음날의 고된 훈련 생각을 하면, 월요일엔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금의 펜싱대표팀 역시 만만치 않다. 휴일도 반납하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적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본다. 볼링, 골프 같은 종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양궁, 유도, 태권도 등 전통적인 메달밭들도 제 역할을 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육상과 수영에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고 있다.”


-최근 대한체육회가 사격대표팀의 촌외훈련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촌외훈련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국고를 낭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진천선수촌엔 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사격장이 있다. 그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먼저다. 물론 한 곳에서만 훈련하면 선수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기분 전환 차원의 특별 촌외훈련은 허용할 것이다. 단 그 기간은 1주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해외전지훈련도 인정할 수 있다. 특히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시설들이 완공되면, 현지 적응훈련도 적극 장려할 것이다.”

(사격대표선수들은 5∼6월 창원에서 국내대회와 국가대표선발전을 치르고 있다. 사격대표팀 관계자는 창원에서 선발전을 치르는 이유에 대해 “진천선수촌은 공간이 한정돼 선발전 참가인원들의 숙박, 식사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수촌이 뛰어난 점들을 설명하자면?

“선수촌 안에는 훈련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간단한 예로 식사를 들어보자. 선수촌에선 선수 1인당 하루 3만5000원의 식재료비가 책정돼 있다. 식재료비만 이 정도 수준이니, 선수촌 밖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려면 3만5000원보다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다. 체중 조절이 필요한 종목을 제외하면, 선수들은 양질의 영양을 공급받아야 한다. 선수촌 안과 밖은 식사의 수준부터가 비교가 안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 스포츠 마사지 시설 등도 우수하다고 자부한다.”


-선수촌에서 ‘피자데이’가 화제가 되고 있던데, 그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무엇인가?(최 촌장은 정기적으로 2∼3개 종목 선수단을 한데 모아 피자를 먹으며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엘리트 선수라고 운동만이 능사는 아니다. 선수들이 운동하는 기계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선수촌장이 되고 나서, 국가대표선수들에 대한 예절 교육을 실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피자데이’도 선수와 선수, 지도자와 지도자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한 감도 있었지만, 서로 통성명을 하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벽이 허물어진다. 동성끼린 안아주고 이성끼린 악수를 나누기도 한다. 태릉에는 우수한 체육인재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만든 인적네트워크가 향후 그들의 삶 속에서 얼마나 큰 자산이 되겠는가. 대표선수들이 은퇴 이후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려 서로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선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유도대표선수 시절이던 1974년이었다. 훈련 도중 경추 6·7번을 크게 다쳤다. 전신마비 증상이 와 40여일을 병상에만 누워 있었다. 목 뒤에는 지금도 큰 수술 자국이 남아 있다. 악착같이 재활에 매달려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이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체육인의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지금도 선수들에게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책을 보면 선수 이후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대표선수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선수촌장은 어떤 자리인가?

“1971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다. 시상식 때 태극기가 올라가는데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온 파독 광부, 간호사들이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 때의 감동을 43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타국에서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국가대표는 그렇게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그 명예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선수촌장은 1차적으로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뒷바라지하는 자리지만 또 다른 역할도 있다. 선수가 단순한 운동기술자가 아니라 존경받는 체육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줘야 한다.”


● 최종삼 선수촌장은?

▲생년월일=1948년 2월 17일
▲출신교=용인대∼단국대 대학원 석사∼명지대 대학원 박사
▲선수 경력=1971년 세계유도선수권 동메달
▲지도자 경력=유도대표팀 감독(1986∼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유도대표팀 감독(1988년), 유도대표팀 남녀 총감독(1991∼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유도대표팀 감독(1992년)
▲용인대 대학원장(2011년 3월∼2013년 2월), 대한체육회 선수촌장(2013년 4월∼현재)

태릉|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