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가연 “검색어 1위에도 기쁘지 않은 이유…”

입력 2014-06-11 2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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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되려고 격투기 배운 것 아냐
○검색어 1위? 유명세? 운동에 방해될까 두려워


예능이라는 장르는 언제나 신선한 마스크를 요구한다. 때문에 '의외의 예능감'이나 혹은 '화제성'을 지닌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를 통해 지상파 예능에 첫발을 내디딘 종합 격투기 선수 송가연(19)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화제성을 인정받은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만난 송가연의 정체성은 방송인이 아닌 격투기 선수라는 위치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만 19세라는 아직 어린 나이, 그리고 앳된 외모만 보면 그가 격투기 선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런 선입견에 대해 송가연은 "매번 있던 일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격투기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운동을 가르쳐 주는 학교에 다녔어요. 유도나 킥복싱도 해봤지만 만족을 못 했죠. 그러다가 모든 기술이 사용되는 종합 격투기를 보게 됐어요. 운동의 끝판왕? 신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가연은 이후 각종 종합 격투기 시합 영상들을 찾아보고 온종일 체육관에서 지내며 격투기 선수로의 꿈을 키웠다. 그는 "정말 강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며 종합 격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의 감정을 밝혔다.

"그리고 나서 부모님이 계시는 제주도를 떠나서 혼자 생활하고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운동하기 위해 팀을 전전하기도 했고, 배고팠던 적도 있었지만, 저한테는 고집도 있었고 꼭 잘돼야 부모님이 '가연이가 하고 싶었던 게 이거구나!'라고 생각해 주실 것 같아서 버텼어요."

그렇게 오로지 선수로의 꿈만 키우던 송가연은 케이블 채널 XTM '주먹이 운다'에서 참가자들의 글러브를 끼워주고 그들의 연습상대가 된 짧은 순간만으로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

"저를 모르는 분들은 제가 연예인을 하기 위해 격투기를 한 줄 알아요. 유명세를 탔다고 해서 설레고 좋고 그러진 않아요. 오히려 전보다 더 밖으로 안 나가고 체육관에서 운동에 열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죠."

하지만 한 번 시작된 유명세는 송가연을 체육관 밖으로 불러냈다. 운동보다 방송해야 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고, 송가연은 "그런 시간들 때문에 헛바람이라도 들까 봐 불안했다. 그리고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에 격투기 시합에 도전한 (윤)형빈 오빠를 만났어요. 그때는 저희 모두가 형빈 오빠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느꼈기 때문에 진심을 다해서 도왔어요.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은 진짜 계속 도전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저도 방송을 하게 될 때는 정말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죠."

송가연은 그 때의 일을 계기로 10명의 연예인들과 함께 사는 '룸메이트' 생활을 시작했다. 이 방송에서 그는 격투기 선수로서의 각오와 더불어 반전매력을 곳곳에서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각자 다른 분야의 분들이 모인 곳이긴 하지만 유독 다른 언니 오빠들이 제가 운동선수라는 다른 분야다 보니까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원래는 먼저 사람한테 다가가 말도 잘 거는 편인데 걱정해주는 게 보이니까 처음에는 그러질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서로 정말 친해져서 불편한 건 없어요."

'룸메이트'의 방송횟수가 점차 늘어날수록 송가연의 이름과 매력을 알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송가연에게 험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났다. '얼굴과 미모만 내세우고 있다', '노출로 뜨려고 한다'는 평들이 이어졌다.

"격투기 흥행을 위해서만 보면 저는 충분히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운동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꾸미면 눈에 띄는 반전 요소가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안 좋은 말이나 시선들은 신경쓰지 않아요. 제가 얼마나 종합 격투기 시합을 위해서 노력하는지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들이니까요."

"저를 비롯해서 격투기 선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악마의 기질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종합 격투기 여자 선수층이 얇아서 케이지에 오를 기회는 적지만 상황만 주어진다면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제 안의 모든 것을 쏟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경기를 보고 '좋은 경기를 봤다', '송가연 선수의 팬이다'라고 하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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