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기획] 강원랜드, 과도한 규제에 진통…차별화가 답!

입력 2014-06-2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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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 야경. 나라 안팎으로 뜨거운 복합리조트 개발 열기 속에서 토종 복합리조트인 강원랜드는 지금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사진제공|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

■ 카지노 3.0…아시아는 지금 복합리조트 전쟁

4. 국내 유일 오픈 카지노 강원랜드의 현실

연매출 1조3600억원…나날이 증가세
정부 규제·관피아 등이 성장에 걸림돌
스키장+워터파크 복합리조트로 진화
한류 콘텐츠 보강도 경쟁력 강화 열쇠


카지노의 어두운 이미지를 지우고 그 자리에 여가를 즐기는 게이밍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쇼핑, 레저를 접목한 복합리조트는 찬반양론과 상관없이 아시아 관광산업의 ‘핫 키워드’다. 그런데 눈을 국내로 돌려보면 이미 17년 전, 강원도 산악지역에 이런 복합리조트를 꿈꾸며 만들어진 곳이 있다. 바로 강원랜드다.


● 연매출 1조3600여억원…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맞먹어

강원랜드는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폐광지역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체산업으로 관광산업을 추진하면서 1998년 특별법을 통해 설립됐다. 이 과정에서 롤모델로 연구했던 곳이 요즘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펼치는 말레이시아의 겐팅하이랜드리조트다.

강원랜드는 2000년 스몰 카지노, 2003년 메인 카지노를 개장했고 이후 스키장, 콘도, 골프장, 컨벤션 호텔 등 복합리조트 관련 시설을 개발했다. 강원랜드의 현 상황은 몇 가지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2013년 연매출 1조3613억원, 영업이익 3880억원. 연매출의 경우 16개인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과 맞먹는다(1조3700억원). 방문객은 2011년 460만명, 2012년 490만명, 2013년 500만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협력사를 포함해 근무 인력도 5200여명에 달한다. 시설 면에서도 객실 477개의 강원랜드 호텔을 비롯해 컨벤션호텔(250실), 하이원호텔(197실) 등 3개 호텔과 객실 903개인 하이원 콘도가 있고 슬로프 18면인 스키장과 18홀 골프장도 있다. 카지노도 테이블게임 200대와 머신게임 1360대를 갖추고 있다. 시설 수준이나 규모, 영업실적에서 전혀 꿀릴 게 없는 강원랜드. 그러면 국내 첫 복합리조트에 걸맞는 기대와 지원을 받고 있을까.


● 성장과 변화의 발 빠른 행보 절실…현실은 규제 일변도 정책과 밥그릇 싸움

“한국정부는 강원랜드를 자랑스러운 모델로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미국 MGM리조트인터내셔널의 짐뮤렌 회장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국 진출에 관심이 높은 외국 복합리조트그룹 경영자가 던진 이 말은 강원랜드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카지노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원랜드의 현실을 “손발 다 묶인 상태로 몸이 자유로운 상대와 싸우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 오픈카지노(내국인 출입 허용 카지노)로 2025년까지 국내 독점영업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관련 부처들이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해 문제가 생기지 않는 쪽으로 정책을 우선하다 보니 요즘처럼 발 빠른 대처와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매사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감독 부서는 산업통산자원부인데, 리조트, 카지노 등 회사 경영에 관련된 실질적인 인허가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진 점도 문제다. 강원랜드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는 산자부와 문체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인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발전의 장애로 꼽고 있다.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시급한 부사장 선임이 재공모의 진통을 겪는 과정에도 ‘관피아’ 논란이 있었다.

구자관 한중대 호텔카지노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강원랜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매출총량제 등 원활한 기업 활동을 막는 경직된 통제를 풀어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와 낙하산 인사 등의 폐해는 결국 구성원의 사기만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 카지노에만 기댈 수 없다…목표는 4계절 복합리조트

현실이 고달프다고 강원랜드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철경 재정운영실장은 1998년 강원랜드 출범 때부터 개발기획에 참여한 ‘창업멤버’다. 성 실장은 “98년 처음 마스터플랜을 준비할 때 이미 호텔과 스키장, 컨벤션 시설 등을 염두에 두고 270만평의 개발 면적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워터파크까지 갖추면 강원랜드는 스키장부터 물놀이까지 사계절 즐기는 복합리조트가 된다”고 밝혔다.

송학준 배재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외의 복합리조트 붐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나라나 지역에는 없는 차별화된 매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오랜 기간 카지노를 운영한 영업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고, 여기에 강원도의 풍광과 스키장을 가졌다는 점은 겨울레저에 관심 많은 동남아를 공략할 수 있는 강점”이라며 “취약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하고 한류라는 한국만의 콘텐츠를 보강한다면 외국 복합리조트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이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인근 양양공항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책적 지원도 주문했다. <끝>


강원랜드 롤모델 겐팅하이랜드리조트는?

해발 18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복합 리조트. 1972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카지노 사업을 허가받은 후 지금까지 독점영업. 항구도시 마카오, 싱가포르와 달리 고산지역의 복합리조트로 성공해 강원랜드 개발 당시 참고를 한 모델케이스. 14만평 부지에 호텔, 카지노, 골프장 등을 갖추고 있다. 2014년 예상 매출 10억8900만 달러. 현재 미국 폭스사와 손잡고 리조트 내에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 ‘겐팅’은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어서 싱가포르 리조트 월드 센토사, 필리핀 리조트 월드 마닐라, 마카오 코타이스트립의 초대형 리조트 COD 등에 투자. 특히 최근 제주에 복합리조트 진출을 추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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