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SBS 드라마] 외계인에 탈북 의사까지…미국 드라마예요?

입력 2014-06-23 0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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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드라마 결산-SBS] 외계인, 타임슬립, 탈북 의사까지…무슨 미국 드라마예요?

2014년 상반기 SBS 드라마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히 '별에서 온 그대'다. 이 드라마는 백상예술대상에서 끊임없이 이름이 불렸던 작품인 동시에 장백산 생수 모델 문제로 최근까지 이슈가 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별에서 온 그대'는 우리나라 드라마가 그래왔듯 비현실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 비현실적인 정도가 재벌가와 신데렐라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외계인과 톱스타 여배우의 사랑 이야기였기에 역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드라마는 이미 스타였던 김수현과 전지현을 조합시켜 최상의 효과를 거뒀다. 또한 중국 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거두며 이들을 대륙의 스타로 만들었다.


SBS 드라마는 연초 '별그대'를 통해 증명된 시청자들의 니즈(needs)를 제대로 파악했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판타지를 자극시키는 드라마에 만족하지 않고 '미드' 수준의 독특한 소재를 갈망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이에 SBS 드라마는 '별그대'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신의 선물-14일', '쓰리 데이즈' 등의 작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신의 선물-14일'은 타임슬립이 된 엄마가 딸의 유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유괴범은 누구인지를 추리하게 했다. 다소 어려워도 두뇌를 사용하는 재미를 시청자에게 선사한 것이다.

또한 '쓰리 데이즈'는 전작 '싸인', '유령' 등을 통해 장르 드라마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김은희 작가의 극본과 손현주, 박유천, 장현성 등의 연기력이 만나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특히 거대 자본의 횡포와 이에 농락 당하는 정부의 모습은 시청자들이 겪고 있는 현시대와 맞물리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처럼 SBS가 드라마에 섞인 추리요소를 통해 재미를 본 경험은 현재 방송 중인 '닥터 이방인',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통해서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끊임없이 사건이 몰아치는 막장으로 인해 굳어버린 시청자들의 머리에 윤활유를 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SBS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장르 드라마를 시도해 왔다. 막강한 자본으로 이들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눈에 띄는 결과물들도 만들어 냈다. 다른 방송사보다 한 발 앞서 '미드'를 지향하고 있는 SBS의 실험이 하반기에도 효과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주중 드라마가 선전한 반면 주말드라마는 경쟁사들에게 밀리는 부진을 보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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