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계 싸이’ 미스터팡 “재밌지만, 가볍지는 않은…”

입력 2014-06-28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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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팡. 사진제공|케이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이달 초 끝난 케이블채널 엠넷 ‘트로트 엑스’에서 나미애가 30년 무명을 털고 우승했지만, ‘국내 최초의 트로트 버라이어티’로 불린 이 프로그램 최고의 스타는 미스터 팡(38·방준호)이 꼽힌다.

미스터 팡은 ‘트로트 엑스’에서 평범하지 않은 외모, 개그쇼를 보는 듯한 무대매너 그리고 이 같은 ‘비주얼’에 충격적인 반전을 주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준결승에서 망사 셔츠를 입고 방실이의 ‘서울탱고’를 부르며 스포츠댄스를 추던 그의 무대는 압권으로 꼽힌다.

결승에서 아쉽게 고배를 들었지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태진아가 “‘트로트 엑스’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스터팡”이라고 할 만큼 그는 값진 소득을 얻었다. 실제로 미스터 팡은 ‘트로트 엑스’를 끝낸 후 ‘트로트계 싸이’ ‘트로트계 최고의 비주얼 가수’로 불리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평소엔 안 씻고 나갈 때도 많았는데, 이젠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셔서 동네 슈퍼 갈 때도 씻고 나간다. 두 딸도 ‘아빠 사인 받아 달라’는 부탁도 받고, 광고도 들어오고…. ‘트로트 엑스’ 아니었음 지금 난 야식집이나 실내포차를 하고 있었을 텐데, 내 삶이 바뀐 거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건강이 좋지 않고, 나도 정신적 힘들었는데, ‘트로트엑스’ 출연하는 동안은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 굴곡 많은 인생, 미사리서 ‘새 출발’

미스터 팡의 소회에서 느껴지듯 그의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고교까지 촉망받는 유도선수였고, 경기도 대표로 활약했지만, 고3 때 우연히 기타를 배우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음악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군 제대 후 경기도 하남의 미사리 카페촌으로 갔다.

누군가 예정된 스케줄을 펑크 내면, 대신 무대에 오르는 이른바 ‘땜빵가수’로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카페 주인의 눈에 들어 프라임 타임(밤 10시) 무대에 올랐다.

27세에 결혼한 그는 “직장생활이 하고 싶어”서 한 자동차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능숙했던 그는 “3년간 판매우수상 놓친 적 없을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 낮에는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밤에는 미사리 가수로 바쁘게 살았다.

하고 싶은 건 도전했고, 그때마다 잘 해냈다. 그러나 IMF, 아내와의 이혼으로 생활이 어려워졌다.

2004년 심기일전해 다시 미사리 무대에 나서면서 ‘미스터 팡’이란 이름을 처음 썼다.

건강이 좋지 않아 기타를 치지 못하게 되면서 ‘스타일’을 바꾸기로 했다. 잔뜩 부풀린 헤어스타일로 얼굴을 더 크게 보이게 하고 무대에서 춤을 췄다.

무대마다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고민했다.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미사리 일대에 퍼졌다. 2009년 현재 소속사 관계자를 만나면서 트로트로 전향했다.


● 녹록치 않은 프로의 세계, 절망과 희망 사이

2010년 ‘누나 한잔해’로 트로트 가수를 시작했다. 프로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밴드 생활하던 그가 “갑자기 반짝이 의상입고 트로트하려니 입에 잘 붙지 않았”다.

중년 여성들에겐 인기가 있었지만, 젊은 층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고, 노년층은 미스터 팡의 익살맞은 무대매너를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트로트를 시작하고 3년간 참 힘들었다. 특히 절대 지지를 받아야 할 어르신 관객들은, 내가 어떻게 해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이는 ‘반성’의 계기가 됐다.

“내가 과연 트로트를 사랑하나, 트로트란 음악을 진정으로 받아들였나, 내가 과연 즐기면서 하고 있나…”.

고민과 반성 속에서 트로트 음반을 계속 냈지만, 주목 받지 못했다.

2013년 11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정규앨범을 냈다. “이거 내고 안 되면 장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무렵 ‘트로트 엑스’ 기획 소식을 접했다. 출연을 놓고 한 달을 고민했다. ‘우습게 보이면 어쩌나’ ‘초기에 떨어지면 얼마나 큰 망신인가’.

가족들이 꾸준한 격려에 용기를 얻어 출연했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결승까지 올랐다.

“태진아 선배님이 참 많이 칭찬해주셨다. 우승 못해도 방송가에서 많이 찾을 사람이라고 용기를 주셨다. 박명수 선배님도 많은 조언을 주셨다. 그의 조언을 들으며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걸 느꼈고, 그에 대한 선입견도 깨졌다.”



● ‘창수’서 실감나는 연기로 영화계도 주목..“나만의 색깔 갖고파”

미스터 팡은 ‘트로트 엑스’ 출연에 앞서 임창정과 영화 ‘창수’를 찍었다. 우연히 술자리를 하게 된 ‘창수’의 이덕희 감독으로부터 “출연하라”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끼를 알아본 이 감독은 미스터 팡에게 “연기를 하려 하지 마라. 당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라”고 주문했다.

그의 실감나는 깡패 연기에 임창정은 ‘진짜 깡패를 캐스팅한 줄 알았다’며 감탄했다.

그는 7월 초 촬영을 시작하는 새로운 영화에도 캐스팅됐다. 이 영화를 끝내면 올해 두 편의 영화에 더 출연한다.

‘창수’에서 보여준 실감나는 깡패 연기로 인해 같은 역할의 출연 제안이 많다.

그는 “많은 장면에 나오는 배우보다,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잔상이 남는 장면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했다.

미스터 팡은 ‘트로트 엑스’에 출연하면서 트로트에 대한 자신감과 사명감이 확고해졌다. 더욱이 작년 10월 냈던 정규앨범 타이틀곡 ‘뜨거운 사랑’이 이제야 사랑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고속도로 시장’에서도 미스터 팡의 앨범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미스터 팡은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싸이도 그랬다.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미스터 팡 아니면 안 되는, 나만의 장르, 색깔과 장르를 개척해나가겠다. 그래서 젊은 관객들의 반응을 ‘헐’이 아닌 ‘우와’로 바꿔가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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