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데뷔 25년…‘내려놓기’로 ‘연기 벽’ 허물다

입력 2014-07-01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어린 시절부터 25년 동안 연기자로 살아온 김민정은 그만한 세월만큼 상처와 아픔도 많았을 게다. 이를 솔직하게 드러낸 그는 이제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여유로워졌다고 했다. 사진제공|더좋은 이엔티

■ 종영 드라마 ‘갑동이’ 오마리아 역 열연 김민정

화성 연쇄살인사건 모티브로 한 드라마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 표현에 많은 고민
데뷔 후 겪은 스트레스는 등산으로 해소


연기자 김민정(32)은 여덟 살에 데뷔해 꼬박 25년 동안 연기를 해왔다. 어릴 때부터 줄곧 “잘 한다”는 칭찬만 받아왔던 그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을 더 옭아매고, 채찍질하기 바빴다.

그렇게 정신없이 10대를 보내고, 치열하게 20대를 살았다. 어느덧 30대가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힘들고, 주위의 사람들도 피곤하게 한다는 걸 깨닫고는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됐다”고 고백한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어느 순간 “온전한 것은 있어도 완벽한 것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그는 이번에도 한 작품을 끝내기 직전 자신에게 되물었다고 했다.

“괜찮니? 지금 심정이 어떠니?”

지난달 21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갑동이’.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에서 김민정은 연쇄살인범의 유일한 피해자이자 정신과 전문의 오마리아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촬영을 사흘 정도 남겨두고 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후회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김민정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항상 대중의 시선을 신경 써야 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걱정이기도 했다.

“연예인은 대중의 평가로 살아간다. ‘잘 살고 있나? 잘못한 건 없나?’ 늘 사소한 것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갑동이’에 출연하면서 김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감정 연기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와 피해자, 살인범의 상처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그의 이중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시청자가 ‘쟤 뭐야?’ 하는 순간 드라마는 산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죽지 못해 사는 여자’라고 나름대로 단정하고 이해하니 연기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더라. 덕분에 시청자 반응도 좋았다.”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 큰 눈망울과 환한 표정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김민정은 극중 자신의 캐릭터처럼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저에게는 큰 벽들이 몇 개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 자아가 자리 잡기 전에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한 셈이 됐다. 그래서 상대방이 저를 보는 시선을 늘 느껴야 했다. 내가 없이 살았다는 말이 맞겠다. 하는 일도 재미있어 좋고, 마냥 잘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많은 상처를 받게 됐다.”

하지만 상처는 또, 새 살을 돋게 한다. 돋아난 새 살은 더 넓은 시선의 토양이 된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더욱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김민정에게 그것은 철저한 자기관리였나보다. 그 방편은 등산이다.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해소하는” 그는 산을 자주 찾는다. 설악산, 소백산, 오대산 등 오르지 않은 산이 없다. 8시간씩 산을 타고 다니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8시간씩 산에 오르면 두 번 정도 ‘멘붕’이 오는데, 그걸 극복하면 깃털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 온다. 무념무상의 순간이랄까. 대견함 혹은 성취감이 든다. 어떤 일이든 이런 각오로 도전하면 못할 게 없지 않을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