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윤정환 감독 “내 축구는 수비 강화한 ‘니포 축구’”

입력 2014-07-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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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사간 도스는 J리그 정상을 노리는 팀으로 도약했다. 사간 도스는 전반기를 9승1무4패(승점 28), 2위로 마쳤다. 윤 감독은 수비를 보완한 ‘니포 축구’로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에 도전 중이다. 스포츠동아DB

■ J리그 정상 노리는 사간 도스 윤정환감독

선수때 배웠던 니폼니시 공격 전술에 수비 강화
브라질월드컵 수비 강한 팀 득세…현대축구 흐름
한국 소속팀 부진 선수들 월드컵 간 것은 아쉬움
다음 목표는? ACL서 한국과 명승부 벌이는 것

윤정환(41) 감독이 이끄는 일본 J리그의 사간 도스는 전반기에 돌풍을 일으켰다. 9승1무4패(승점 28)로 우라와 레즈(9승2무3패·승점 2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윤 감독은 2011년 2부리그에 머물던 사간 도스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후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2012년 사간 도스를 1부리그로 승격시켰고, 이후 J리그 정상을 넘보는 강팀으로 조련했다. 사간 도스는 6월 25일∼7월 6일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후반기에 대비했다. 윤 감독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그의 축구철학에 대해 들었다.


-팬들에게 사간 도스의 팀 컬러에 대해 설명한다면?

“일본 내에서 한국팀 같은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일본은 주로 짧은 패스를 통해 전진한다. 우리 팀 역시 그런 성향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압박, 롱볼 뒤의 리바운드를 통한 공격 등도 활용한다. 양국 축구의 장점을 혼합한 방식이다.”


-감독 부임 4년째다. 윤정환만의 축구 색깔을 이제 정립했나?

“부천 SK에서 뛰던 시절(1995∼1999년)에 발레리 니폼니시(71·러시아)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른바 ‘니포축구’는 공을 갖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을 중시했다. 아기자기한 패스게임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잘 파고드는 것을 강조했고, 공격적 성향이 강했다. 난 여기에 덧붙여 수비적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수비지역에서 강력한 프레싱을 주문한다. 당시엔 니폼니시 감독의 전술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아, 그래서 이렇게 지시를 했구나!’라고 떠오르는 부분도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수비가 강한 팀들이 득세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칠레, 멕시코 등은 강력한 수비로 성적을 냈다. 반면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수비에서 뒤졌다. 수비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공격이다. 그게 현대축구의 흐름이라고 본다. 우선 수비를 잘해야 공의 소유권을 따낸다. 그래야 공격도 할 수 있다. 브라질월드컵을 보며 내 축구가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은 모두 실패했다. 양국의 축구를 평가하자면?

“일본축구는 잔 패스가 많은데, 뺏길 경우엔 위험한 장면을 곧바로 허용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선 크로스를 올려도 헤딩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공격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일본은 감독을 곧바로 선임했는데, 바로바로 준비하는 것이 일본의 특징이다. 벌써 4년 뒤를 보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못 뛰는 선수들이 (월드컵에) 간 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선수들이 유럽에 많이 나가는 것은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 나가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해외 진출에 있어서 자기가 꾸준히 뛸 수 있는 위치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역 시절 창의적 플레이로 ‘꾀돌이’란 별명을 얻었다.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부분은?

“창의적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경기 중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난 꾸준히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가정했다. 유년 시절 축구교본을 보며 공부한 것도 도움이 됐다. 약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방법이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대표로 선발되고도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후배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당시엔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하지만 내가 한 팀의 지휘봉을 잡고 보니, 히딩크 감독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이 존경스럽다. 모든 선수가 경기에 다 뛸 순 없다. 그럼에도 히딩크 감독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많이 배려했다. 나 역시 감독이 된 뒤 한 시즌에 단 1분이라도 모든 선수들이 출전하도록 기회를 주려고 한다. 선수들이 실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못 뛰었는지를 생각하고 노력하도록 만들고 싶다.”


-올 시즌 목표는?


“2006년 사간 도스에 선수로 발을 디딘 이후, 2008년 기술고문, 2009년부터 코치를 했다. 통역도 없이 외톨이처럼 지낸 시간들도 있었다. 내 오랜 꿈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한국 팀들과 겨뤄보는 것이다. 올해 그것이 가능했으면 좋겠다(J리그 1∼3위와 일왕배 우승팀에게 ACL 출전권이 부여된다). J리그 팀들은 최근 ACL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미 일본에선 ‘한국 팀과 상대해 이길 수 있는 일본 팀은 사간 도스뿐’이란 얘기도 나온다. 만약 한국과 만난다면 긴장은 되겠지만, 자신은 있다. 팬들에게도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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