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빨간 머리 JYJ 준수의 뱀파이어 연기는 어땠나…뮤지컬 ‘드라큘라’

입력 2014-07-23 11:5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김준수가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드라큘라’ 프레스콜 행사에서 열연을 하고 있다. 사진 |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소설 ‘드라큘라’(Dracula) 속 드라큘라 백작은 수 십 년간 여러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피에 굶주린 광기를 지닌 두려움의 대상이자 영원불멸의 존재로서 동경이 대상이기도 했던 그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 그 매력적인 ‘드라큘라’가 드디어 한국 관객앞에 나타난다.

15일 프리뷰 공연으로 개막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스웨덴,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공연됐다. 이번 한국공연은 브로드웨이 공연과는 새롭게 제작됐고 한국관객의 입맛을 잘 아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 등이 참여했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흥행보증수표 JYJ 김준수를 비롯해 류정한, 조정은, 정선아 등 막강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극의 흐름은 드라큘라의 잔혹성보다 시간을 초월한 순애보 사랑에 집중했다. 과거 자신의 여인을 잃어 신을 저주하다 뱀파이어가 된 드라큘라, 400년의 세월이 흘러 드라큘라에게 돌아온 운명의 여인 ‘미나’, 그리고 드라큘라를 처단하려는 반 헬싱이 중심인물이 되어 흘러간다.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흐름은 좋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들의 심리가 어지럽다. 자신이 드라큘라가 되면 바로 죽여 달라고 외치던 미나는 드라큘라를 만나자마자 이제야 사랑을 알았다고 고백하고 자신과 함께 영원불멸의 존재가 되자고 하던 드라큘라는 막판에 내 삶은 저주 받은 삶이라고 미나를 튕겨낸다. 막판에 수습하려는 경향이 짙다. 잘 나가다 왜 고꾸라지는지 모르겠다.

‘드라큘라’의 무대 중 눈에 띄는 것은 턴테이블(Turn-Table)을 이용한 회전 무대다. 4개의 턴테이블이 움직이며 공간과 배경을 만들어내고 드라큘라와 인간들의 충돌을 더욱 화려하게 꾸민다. 또한 높은 벽은 고풍스럽고 괴기스러운 드라큘라의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효과를 낸다. 또한 조명으로 이뤄지는 드라큘라의 형상은 신비감을 더해준다. 음악은 극의 웅장함을 잘 살렸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은 강력한 사운드부터 록발라드의 부드러움까지 극의 드라마와 잘 섞였다. 하지만 노래가사가 너무 많아 배우들이 속사포 랩처럼 내뱉는 노래는 자칫 버벅거리진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배우 정선아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드라큘라’(연출 데이비드 스완)프레스콜에서 열연을 하고 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드라큘라가 400년을 기다린 유일한 사랑 ‘미나’ 역의 정선아와 조정은, 뱀파이어 헌터 ‘반 헬싱 역’의 양준모, 미나의 약혼자이자 영국 변호사인 ‘조나단’ 역의 조강현과 카이 등 실력 있는 뮤지컬배우들이 이름값을 하며 공연시간 170분을 가득 채운다. 가장 주목할 배우는 드라큘라의 심복인 ‘렌필드’ 역의 이승원이다.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렌필드로 분한 그의 광기어린 연기는 극의 초반과 중반을 압도한다.

우려와는 달리, 류정한과 김준수가 분한 ‘드라큘라’는 그들이 연기했던 ‘엘리자벳’의 ‘죽음’ 역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단 캐릭터 색이 확연히 다르다. ‘죽음’은 사랑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다면 ‘드라큘라’는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를 간직했다. 사랑에 대한 출발지점이 다르기에 이들의 색다른 연기를 기대해도 좋다. 류정한은 모범적인 연기를 펼친다. 드라큘라의 클래식한 점을 잘 살리며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력을 선사한다. 이 뮤지컬을 위해 빨간 머리로 변신한 김준수는 ‘디셈버’때보다 한층 대사 연기가 자연스러워졌다. 노래실력이야 두말 할 것도 없다. 특히 입술과 몸을 부들부들 떠는 김준수가 쏟아내는 격한 감정은 일품이다. 단지 그의 매력 중 하나인 허스키한 목소리는 이젠 조금 거슬린다. 그의 쇳소리는 순간 ‘엘리자벳’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또한 거슬리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다면 관람등급이다. ‘드라큘라’는 7세 이상 관람가이다. 하지만 7세 이상의 아이들이 보기엔 군데군데 적절치 못한 선정적인 장면들이 있다. 키스신이나 베드신은 극의 흐름상 필요한 장면이기에 비난할 순 없지만 꼭 ‘7세 이상 관람가’로 받아야 했는지 의문스럽다. 9월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문의 1588-5212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