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해임 윤정환 “내일 위한 성장통”

입력 2014-08-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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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간도스는 팀을 J리그 1위로 올려놓은 윤정환 전 감독과 8일 결별을 선언했다. 2부리그의 만년 하위팀을 단숨에 1부리그로 승격시킨 데 이어 우승까지 넘보는 강팀으로 변모시킨 윤 전 감독의 전격 해임으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사간도스 윤정환 전 감독의 속마음은?

구단과 마찰 등 갖가지 원인설에 침묵
“오래 전부터 협의…구단 뜻에 따를 뿐”

대표팀 코치? U-21 감독? “금시초문”
“노력하면 기회 온다” 지도자 2막 준비

“내일을 위한 성장통으로 생각하겠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사간도스 윤정환(41) 전 감독이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좋게 표현하면 결별이지만, 사실상 해임이다. 7일 윤 전 감독의 사퇴를 알리는 첫 소식이 전해졌고, 8일 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닛칸스포츠, 스포츠닛폰 등 일본 주요 매체들은 물론 중국 언론들까지 ‘충격’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점부터 이상했다. 대개 시즌 도중 사령탑이 물러날 때는 성적 부진 등의 해설이 곁들여지지만, 윤 전 감독의 경우는 달랐다. 경질 소식이 외부로 알려진 시점까지 사간도스는 12승1무5패(승점 37)로 선두였다. 일각에선 ▲지지부진한 계약연장 ▲선수 편애 ▲체력을 중시하는 지도 스타일 등을 놓고 구단과 마찰을 빚은 사실을 이유로 들었으나, 윤 전 감독은 침묵을 택했다.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도 그저 “(구단과의) 협의 하에 물러나기로 했다. 조금 쉬면서 천천히 다음을 준비하겠다.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 아쉬움으로 끝난 대화


-워낙 갑작스런 사태였다.

“구단 결정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분위기는 이전부터 조금씩 감지됐다. 구단 수뇌부와도 잘 이야기를 끝냈다.”


-오래 전부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인가?

“맞다. 여러 문제들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왔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해임으로) 결정됐지만, 꽤 오래 전부터 협의를 했다.”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는 결정이 아닌 것 같다.

“판단은 내가 할 필요가 없다. 7일 구단과 최종 면담을 했고, 결별로 매듭지어졌다.”


-일본 언론들이 여러 가지 원인을 꼽는데.

“물러난 입장에서 딱히 할 말은 없다. 더 이상 난 감독이 아니다. 구단이 선택해준 피고용인 입장이었고, 방침이 나왔다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윤 전 감독의 사퇴에 사간도스 선수단과 서포터스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케하라 미노루 사장이 직접 나서서 선수들에게 상황을 설명했으나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부정적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윤 전 감독이 없는 사간도스의 훈련장을 찾은 현지 팬들도 “모처럼 구단과 관계가 좋았는데, 이젠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상당수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지도자 2막을 향해!


-그래도 서운할 것 같다.

“아쉬운 건 틀림없다. 여기에 머무는 동안 난 항상 최선을 다했다. 여기서 모든 열정을 쏟았다. 그래서인지 많이 아프진 않다.”


-일본에선 차기 한국대표팀 코치와 U-21 대표팀 감독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다. 어디서도 오퍼를 받지 않았다. 더욱이 시즌 중이다.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윤 전 감독은 선수생활 말미인 2006년 당시 J2리그(2부리그) 소속인 사간도스 유니폼을 입은 뒤 2008년 수석코치를 맡으며 지도자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2010년 감독대행을 거쳐 1년 만인 2011년 정식 감독이 된 그는 만년 하위권의 팀을 이듬해 곧장 J리그로 승격시켰고, 꾸준히 중상위권을 오가며 새 역사를 썼다. 일본축구에 정통한 축구인들은 윤 전 감독의 한국 복귀에 대한 루머에 대해 “해고 명분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해 구단에서 어설프게 흘린 루머인 것 같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사간도스가 요시다 메구미를 감독대행에 앉혔다.

“날 제외한 다른 코칭스태프는 그대로 사간도스에 잔류한다. 떠나는 건 내가 전부다. 함께 한 시간이 많았으니 선수들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 본다. 선수들도 위기일수록 똘똘 뭉쳐야 한다.”

윤 전 감독의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일본 언론들은 요시다 감독대행의 능력에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다. 사간도스도 요시다 감독대행이 윤 전 감독의 공백을 잘 메워주길 희망하지만,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고 팀을 다잡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높지 않다.


-앞으로 계획은 있는지, 귀국 시점은 정했는지?

“가족이 나보다 슬퍼하고 있다. 많이 힘들어한다. 달래줘야 한다. 당분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곳에서 정리할 것도 있고, 늦어도 이달 말쯤이면 귀국할 것 같다.”


-한국에서 다른 길도 모색해야 할 텐데.

“이제 갓 사간도스에서 나왔을 뿐이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여유를 갖고 꾸준히 다음을 준비하겠다. 노력하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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