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도 소용없다?’…예능 PD들 밤 11시면 신데렐라 되는 이유

입력 2014-08-29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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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효리도 소용없다…예능 PD들 밤 11시면 신데렐라 되는 이유는?

동화 '신데렐라'에서는 주인공인 신데렐라가 밤 12시 전에 무도회장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그 전까지는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사로잡은 여신이었지만 12시 종이 치는 순간 그는 평범한 천덕꾸러기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아마 방송가에서 신데렐라의 이런 살 떨리는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상파 예능 PD들일 것이다. 스타 MC와 화려한 라인업으로 아무리 꾸며본들 밤 11시만 되면 소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밤 11시대의 악몽은 최근 SBS '힐링캠프'를 봐도 알 수 있다. 서태지와 정우성까지 엮인 이지아를 게스트로 내세우고도 한자릿수 시청률을 넘기지 못한 것을 보면 밤 11시대가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반드시 시청자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라서가 아니다. 문제는 신선한 콘텐츠의 부재로 '볼 데가 없다'라는 불만이 시청자들에게서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예로 MBC '별바라기'는 첫 회 4%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걸었지만 추억을 자극하고 팬과 스타의 소통이라는 점을 내걸어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반전을 준비 중이다.

또한, 한 종합편성채널은 외국인들로만 자리를 채워넣고도 가장 한국적이고 민감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 매회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와는 달리 KBS2의 새 금요 예능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는 남자들만 방청객으로 불러 진행을 한다는 것과 국민 MC 유재석이 나선다는 점을 강조하고도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팬층이 넓고 두터운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히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2위 자리를 내준 부분이나 대중들의 호기심을 끌 스타가 없는 MBC '나 혼자 산다'가 1위를 고수하는 부분도 밤 11시대의 시청자들이 얼마만큼 참신함에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방송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더 이상 웃기기만 하는 예능을 원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내야 한다"며 "밤 11시가 외면받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반드시 11시 예능이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시기가 다시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언제쯤 밤 11시 예능의 한자릿수 시청률 악몽은 끝이 날까. 하루를 정리하는 11시지만 시청자들은 한없이 냉정해지고 예능 PD들은 입술이 마른다. 이 사슬을 끊어낼 예능 프로그램은 정말 나오지 않는 것일까.

사진│MBC, KBS, 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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