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비체 통신 7] 한국 신기의 배구로 폴란드팬 사로잡다

입력 2014-09-07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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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감독. 사진제공|국제배구연맹

한국이 세계랭킹 1위이자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브라질과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이번 대회 최대이변을 만들 뻔했다. 6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스포덱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4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8일째 B조 4차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하며 한국배구의 자존심을 과시했다.

세트스코어 2-3(25-21 13-25 21-25 25-17 13-15) 패배였지만 관중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전광인은 24득점으로 최고득점을 했다. 한국은 블로킹에서 6-13으로 뒤졌지만 70개의 디그로 브라질(48개)을 앞섰다.

앞선 경기에서는 쿠바가 튀니지를 3-2, 독일이 핀란드를 3-1로 각각 이겼다. 브라질이 4연승(승점 12)으로 선두, 독일이 3승1패(승점 9)로 2위, 쿠바가 2승2패(승점6)로 3위, 핀란드가 2승2패(승점5)로 4위다. 한국은 1승3패(승점4)다. 4연패의 튀니지는 승점 1로 5위 한국에 뒤진 최하위. 상위 4개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은 7일 독일과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2라운드 탈락이 확정되면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해 비행기 편이 확정 되는대로 귀국한다. D조의 이란은 벨기에를 3-1로 꺾고 3승1패(승점 8)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1세트에 브라질에 충격 안긴 한국배구

박기원 감독은 1세트 스타팅으로 전광인(아포짓) 박철우 곽승석(윙 공격수) 신영석 최민호(미들 블로커) 한선수(세터)를 내세웠다. 더블리베로 정민수 부용찬은 서브리시브와 디그를 각각 전담했다. 브라질은 비소토가 선발 윙 공격수로 나온 것이 눈에 띄었다. 박철우의 연타로 한국이 8-6에서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맞이하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은 시간차 속공 연타 등으로 브라질 수비를 흔들었다.

브라질의 공격은 우리 블로킹 위에서 놀았다. 승패를 떠나 경기를 즐긴 한국은 전광인의 연타를 비디오 챌린지를 통해 득점으로 바꾸며 16-13으로 앞서나갔다. 박철우의 퀵오픈으로 18-14까지 벌렸고 전광인의 중앙 백어택으로 23-20까지 달아나자 관중석에서 코리아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최민호의 서브에이스로 먼저 세트포인트에 오른 한국은 24-21에서 곽승석의 대각선 공격으로 세트를 마감했다.

2010년 대회 때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 이후 이번 대회까지 5경기 연속 3-0 완승을 거뒀던 브라질을 상대로 처음 세트를 따냈다.

평균 신장(6cm), 스파이크 높이(23cm), 블로킹 높이(12cm)에서 훨씬 뒤진 한국은 4세트도 다부지게 시작했다. 마술 같은 수비로 브라질의 공격을 막아내며 18-10까지 앞섰다. 곽승석이 발목을 다쳐 수비라인에 균열이 생겼지만 흐름을 탄 한국 팀의 플레이는 브라질을 압도했다. 최민호의 속공, 전광인 박철우의 백어택과 퀵오픈으로 24-17을 만든 뒤 비소토의 서브아웃으로 세트를 만회해 파이널로 몰고 갔다. 관중들의 박수가 터졌다.


● 배구는 높이의 경기. 그 진리를 실감한 2,3,5 세트

1세트 결과에 화를 내며 공을 집어던진 베르나르도 감독이 브라질 선수들을 다그쳤다. 2세트 초반 몇 차례 한국에 불리한 판정이 나왔다. 3-8에서 박기원 감독이 큰 소리를 냈다. 심판과 상대 벤치를 향한 신경전이었다.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브라질 선수들은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점수차가 벌어지자 박기원 감독은 서재덕과 송명근 이민규를 투입해 경기경험을 쌓게 했다. 브라질은 24-13에서 비소토의 오픈공격으로 세트를 만회했다.

3세트 한국이 박철우의 퀵오픈으로 8-7 리드. 브라질은 비소토의 타점 높은 공격으로 맞섰다. 박철우 전광인의 대각선 공격으로 13-11이 되자 베르나르도 감독은 신경질적으로 타임아웃을 불렀다. 한국 선수들의 에너지 넘치는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많은 박수가 나왔다. 전광인의 서브에이스와 백어택으로 19-18까지 리드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브라질은 16점 이후 4득점한 비소토를 앞세워 24-21로 역전한 뒤 박철우의 공격범실로 세트를 따냈다.

허리에 탈이 난 박상하와 곽승석을 빼고 5세트를 치른 한국은 전광인의 블로킹으로 8-6까지 앞섰다. 전광인의 스파이크가 불을 뿜자 10-7로 점수차는 커졌다. FIVB 홈페이지는 ‘전광인 인생의 경기’라는 표현까지 썼다. 브라질 취재진은 한국이 득점할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관중들은 이미 한국 편이었다. 모두 코리아를 외쳤다.

브라질은 7-10에서 마우리시오의 중앙속공과 블로킹 등으로 5점을 연속 뽑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한국은 신영석의 속공과 전광인의 블로킹으로 다시 12-12 동점을 만들었다. 브라질은 13-13에서 에데르의 중앙속공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든 뒤 리페의 블로킹으로 경기를 끝냈다. 송명근의 공격을 막아낸 브라질 선수들은 마치 우승을 한 듯한 표정이었다. 관중들은 승자보다 패자에 더 큰 박수를 보냈다. 장내 아나운서는 “팀 코리아”를 관중들에게 크게 외쳤고 모든 관중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한국을 칭찬했다.

한국은 브라질과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만나 1-3으로 패했지만 박기원 감독이 선수로 출전했던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는 3-0으로 승리했다. 브라질전 역대전적은 12승32패. 1992년 서울에서 벌어진 월드리그에서 3-2로 이긴 뒤 각종 국제대회에서 18연패를 기록했다.


● 박기원 감독의 말

비록 100%는 아니지만 우리의 배구를 했다. 이전 경기보다 서브와 서브 리시브가 잘 됐다. 우리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 박철우가 한쪽에서 터져주면 전광인의 공격도 살아난다. 큰 경기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카토비체(폴란드)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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