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야구선수 서길원 “프로야구 선수 꿈, 여전히 진행형”

입력 2014-09-12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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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왼쪽)이 봉사 활동 중인 고등학교에서 야구부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닷컴]

“처음에는 모든 게 힘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청각장애가 있는 야구선수 서길원(19)이 최근 동아닷컴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서길원은 지난 2002년 창단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출신으로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글러브’로 제작된 바 있다.

서길원이 미국유학 길에 오른 것은 ‘야구선수’라는 꿈 때문이다. 물론 어려운 그의 가정 형편상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충주성심학교 전 교장인 장명희 콘솔시아 수녀는 물론 워싱턴 DC의 한인회와 원주 카리타스재단 등에서 십시일반 경비를 마련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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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국에 도착한 서길원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농아인 야구팀이 있는 갤러뎃 대학에서 영어 수화 과정을 밟고 있다. 이 과정을 수료하고 학부에 진학하면 야구팀에 들어갈 수 있다. 그 곳에는 농아인 출신으로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커티스 프라이드(46)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서길원이 미국행을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청각장애를 안고 있는 그가 국내에서는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서길원은 최근 동아닷컴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많이 힘들었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지금은 영어 수화도 배우고 미국 문화도 익히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또 “한국에 있었을 때는 매일 야구를 했는데 지금은 갤러뎃 대학의 학부 학생이 아니어서 야구를 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이 대학의 교칙상 야구팀에 들어가려면 학부 학생이 돼야 하기 때문.

서길원은 힘들고 바쁜 미국생활 중에도 인근 고등학교를 찾아 그 곳 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후원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서길원은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나 같은 농아인들이 야구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미래의 꿈도 내비쳤다.

그는 이어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서길원 선수의 소식을 전해 들은 메이저리그 시애틀의 한국인 유망주 최지만(23)은 “서길원의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며 “아직 빅리그에 데뷔하지 못해 나 역시 사정이 넉넉하진 못하지만 서길원이 자신의 꿈을 쫓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선뜻 사비를 털어 야구용품을 후원했다.

최지만은 또 “내가 빅리그에 데뷔하면 후배인 서길원을 시애틀 구장에 초대해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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