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녀’ 박주희, “박신양 좋다 연기자까지”

입력 2014-09-1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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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주희. 사진제공|흰수염고래영화사

자신을 혼내는 직장 상사를 향해 손가락을 자르자고 내기를 거는 당돌한 신입사원이 있다. 결국 내기에서 이긴 그 신입사원은 약속을 지키라며 상사의 손가락을 향해 가위를 든다.

‘오피스 호러’를 표방한 영화 ‘마녀’(감독 유영선)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와 달리 주인공들의 ‘피칠갑’도, 비명도, 비장한 배경음악도 없는 ‘마녀’는 억지스러운 ‘설정’을 거둬낸 덕분에 더 끔찍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마녀’가 지닌 힘의 원천은 무서운 신입사원 세영을 연기한 박주희(27)에게서 나온다.

영화에서도 마녀라고 불리는 세영은 상사의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덤비고, 한 때 짝사랑했던 남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처단한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그에겐 질투의 대상이다.

그동안 공포영화에서 활약한 여배우는 많았지만 ‘마녀’에서 박주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색적인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전형적인 공포영화가 아니라 더 흥미로웠다.”

데뷔하고 처음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그는 “주인공 세영과 실제 내가 닮은 구석이 좀 있다”고 했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말수도 적다. 무심한 듯, 시니컬한 듯 보인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런 내 모습이 영화 속 세영과 비슷하다.”

실제로 연출자인 유영선 감독은 앞서 만든 단편영화 ‘동면의 소녀’에서 함께 작업했던 박주희를 떠올리며 ‘마녀’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시작부터 ‘적역’이었던 셈이다.


● 연기자로 이끈 원동력? 박신양!

박주희는 건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청소년 시절 딱히 연기자를 꿈꾸거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경험도 없던 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느닷없이 연극영화과를 목표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당시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파리의 연인’ 주인공 박신양에게 마음을 빼앗긴 탓이다.

“지금까지 박신양 선배보다 더 좋아한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하! 그 땐 왠지 내가 박신양 선배와 함께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같이 일하려면 일단 연극영화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기가 벌써 7년째다. 지금까지 참여한 단편영화만 50여 편에 이른다.

졸업하기 전엔 운 좋게 담당 교수님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 두 편에 단역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름도 없는 종업원, 학생 역이었지만 박주희는 “비중은 중요치 않았다”고 했다.

“한 번은 홍상수 감독님에게 물었다. 배우를 볼 때 어떤 점을 먼저 보느냐고. 그 때 감독님의 답변이 인상 깊었다.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홍 감독은 ‘예쁘고 잘생긴 배우보다 귀엽고 매력적인 배우가 좋다’고 답했다. 박주희는 “결국 외모가 얼마나 출중한가 보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연기자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었다”고 돌이켰다.

여배우 전도연 임수정 그리고 정유미는 지금 박주희가 닮고 싶은 ‘선배’들이다.

11일 개봉한 ‘마녀’는 약 100개의 스크린에서 관객을 찾는 다양성 영화다. 박주희는 개봉과 동시에 관객과의 대화에 나서며 자신의 연기를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자주 갖고 있다.

10월엔 부산으로 향한다.

10월2일 개막하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신이 출연한 영화 ‘거인’과 ‘자전거 도둑’이 진출한 덕분이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레드카펫? 그건 아직 꿈꾸지 않는다. 나중에 좋은 작품에 참여해 플래시 받으면서 레드카펫을 밟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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