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목 “송혜교 누나·강동원 형, 진짜 엄마 아빠 같아”

입력 2014-09-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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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 조성목은 “촬영 들어가기 이틀 전, 제 동생이 태어났어요. 태어난 동생 대학교 입학금은 제가 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웃음이 피식 나왔다. 아역배우 조성목(13)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이야기가 웃겨서도 아니고, 순수함에서 나온 대답 때문도 아니다.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말솜씨와 구수한 언어구사력 때문이다.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죠”,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말에 의심스러워지기도 했다. 이 소년이 정말 중학교 1학년생이 맞는가.

스크린에서도 그의 성숙한 연기는 여실히 표현됐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선천성 조로증으로 인해 80세의 신체나이를 갖게 된 16살 소년 ‘아름’ 역을 맡은 조성목은 연기 경력이 거의 없는 신예임에도 120명 이상의 경쟁자를 제치고 오디션을 통해 ‘아름’ 역에 발탁됐다. 극중 그는 엄마 ‘미라’(송혜교)와 ‘대수’(강동원)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아프지만 언제나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다.

“아는 분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될 줄 전혀 몰랐는데 진짜 됐더라고요. 캐스팅 되자마자 걱정이 태산 같았어요. 빨리 늙는 병에 걸린 아이를 연기하는 거잖아요.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선천성 조로증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려니 ‘내가 이 분들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는 단지 흉내 내서 연기하는 것이니까 혹여 환우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진 않을지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감정연기를 소화하는 게 더 어려웠고요.”

감정연기만큼 힘든 것은 바로 특수 분장이었다. 80세의 신체나이를 표현하기 위해 조성목은 80대의 얼굴이 특수 분장으로 덧입혀진 얼굴에 아름이의 감정을 차분히 연기했다. 한번에 4~5시간이 소요되는 특수 분장을 무려 31회차나 소화한 조성목은 어린 나이임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힘든 상황을 묵묵히 견뎌냈다.

“1월에 특수 분장을 하러 미국 LA에 다녀왔어요. 미리 뜬 석고 틀을 미국에 가져가서 더 세심하게 다듬고 전 그걸 써 보러 간 거였어요. 특수 분장은 7시간 정도 걸렸어요. 제가 써보고 사이즈 등 더 다듬어야 할 게 있으면 다듬고 움직여도 보고 했거든요. 한 번은 아버지가 계신 호텔로 그 분장을 하고 갔는데 아버지가 ‘장인어른 오셨어요?’라고 하셨어요. (웃음) 제가 분장하고 나니 외할아버지와 많이 닮았대요. 관광이요? LA에 일주일 가 있었는데 매일 7시간씩 분장하러 갔거든요. 숙소에 갈 때쯤이면 밤이 돼서 안타깝게 구경은 하나도 못 했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어요.”

아역 배우 조성목.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렇게 힘겹게 탄생한 작품을 스크린 앞에서 만나니 막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조성목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내 발음이 잘 안 들렸다”며 “분장을 했다는 걸 감안해서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들리더라. 그게 좀 아쉽다”고 스스로 평가도 해봤다.

“정극 연기는 처음이어서 어려웠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혜교 누나랑 동원이 형이 틈틈이 ‘아름이’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셨어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캐릭터를 어둡게 가려고 했는데 누나랑 형이 ‘초반에는 밝게 가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래야 나중에 극의 깊이가 점점 더 할 거라고요. 생각해보니 그게 맞을 것 같았어요. 누나랑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감독님과도 상의를 많이 해서 수월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극중 조성목의 엄마, 아빠는 송혜교와 강동원이다. 국내 톱스타인 이들이 부모 역할로 결정됐을 때 그는 “믿기지 않았다. 언제 송혜교 누나와 강동원 형과 한 자리에서 만나겠나. 그런데 정말 좋은 분들이어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혜교 누나가 무대인사할 때 두 아들 키우느라 고생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건 인정! 누나는 정말 ‘엄마’ 같았어요. 특수 분장을 하면 입을 크게 벌릴 수가 없어요. 잘못하면 찢어지거든요. 그런 제가 안타까웠는지 혜교 누나가 제 입에 딱 들어갈 수 있는 치킨 너겟을 사주셨어요. 배고플 때 먹으라고 부쩍 챙겨주셨어요. 동원이 형은 친구 같은 아빠? 영화 속 아빠랑 똑같았어요. 처음엔 서로 낯을 가리다가 이제는 친근한 형, 동생이 됐죠.”

캐스팅이 되고 나서 학교 친구들의 반응은 대부분 “뻥치네”, “웃기지마”였다고 했다. TV에서나 보던 사람들이 친구의 엄마, 아빠 역할을 한다고 하니 믿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다들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쳤단다.

“혜교 누나랑 동원이 형은 예쁘고 잘생겼잖아요. 근데 전 막 잘생기고 그런 편은 아니라서…. 혜교 누나와 동원이 형 사이에서 저 같은 애가 나올 리가 없다며 막 놀려댔어요. 급이 다르다고. 그렇게 장난치다가 영화가 개봉했고 영화를 본 친구들이 ‘야…. 부럽다. 혜교 누나 무릎에도 누워보고….’라고 말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영화 보고 나서야 믿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역배우 조성목.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조성목이 ‘두근두근 내 인생’에 출연하며 ‘꼬마 빅뱅’ 멤버였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다시금 화제가 됐다. 조성목이 7살이었을 때 ‘꼬마 승리’로 활약했다. 그는 “꼬마 빅뱅이었는데 몸치에 박치여서 별명이 ‘엇박자’였다”라고 하며 웃으며 “이후 ‘환상의 짝꿍’, ‘스타킹’ 등 출연하며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꼬마 빅뱅’이 되기 전에 다른 오디션에도 참가했던 조성목은 “어머니께 TV에 나오고 싶다고 했다더라”며 “나를 본 사람들이 꿈꾸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데 못 믿겠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친구들이 부러워하긴 해요. 반대로 저도 부러운 점이 있어요. 친구들끼리 놀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 공부와 연기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한데 진로가 정해져 있어 좋아요.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가서 공부도 해야 되고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할 시간도 없어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공부를 먼저 해야 하니까 그런 모습을 보면 좀 안타깝긴 해요. 다행히 전 부모님이 배우가 하고 싶다는 의견을 존중해주셨어요. 어릴 때 좋은 경험을 많이 해보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영화도 찍을 수 있었어요.”

이번 작품으로 더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는 조성목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한 답변이라 깜짝 놀랐다. 정말 13살이 맞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그는 밝게 웃으며 “악바리 근성이 있는 것 같다. 할 때 똑바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답했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 성격 때문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 학교에서 말하기 시험을 보고 온 조성목은 “시험을 잘 봤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림을 그려가며 과학공부를 하고 리듬에 맞혀 영어 동사 시제 등을 외우는 등 자신만의 공부 비법이 있다며 신이 나게 말했다. 또 앞으로 희망사항이 있다면 키가 쑥쑥 크는 것이다. 롤모델은 아빠 강동원. 버스를 탈 때 허리를 수그리고 타는 모습에 반했다고(?) 말한 조성목은 “키가 자라려면 밤에 많이 자야 한다는데 밤 촬영이 많아서 키가 안자랄까 걱정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진심이 우러나오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이요. 어울리는 역할이나, 경험해보지 못할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기본이 가장 중요하니까 지금은 많이 배우고 익혔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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