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독일 연수기] 1위에 안주하지 않는다…독일축구의 ‘실험정신’

입력 2014-10-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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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전 축구협회 부회장. 스포츠동아DB

3. ‘전차군단’ 독일의 부침을 바라보며

월드컵 제패 후 세대교체 등 새로운 시도
스페인식 기교까지 접목…아직은 과도기

허정무(59·사진)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지도자로는 처음 원정대회 16강 진출의 위업을 일궜다. 2014브라질월드컵 이후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최근 독일에서 2개월 일정으로 단기 연수를 하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클럽을 오가며 1·2군 선수단 훈련과 유소년 육성,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 등을 두루 점검하고 있다. 허 전 부회장은 스포츠동아를 통해 자신의 독일 연수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얼마 전 가족과 통화하다가 한국이 추워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유럽의 겨울도 만만치 않아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이곳 날씨가 너무 좋다. 심지어 한낮에는 땀이 줄줄 흐른다.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면 지나칠까. 아직 건강하고 쓸 만한 몸인가 보다. 최근 뒤셀도르프 한인식당에서 사 먹은 광어회, 삼겹살 덕택인지….

요즘 흥미롭게 지켜보는 한 가지가 있다. 클럽과 대표팀의 연계성이다. 스페인축구가 세계를 제패했을 때, 많은 이들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평정하면서 ‘대세’로 떠오른 FC바르셀로나에 집중했다. 나도 그랬다. FC바르셀로나의 매력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TV를 시청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FC바르셀로나가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에 휘말린 시점부터 스페인대표팀도 조금씩 위용을 잃어갔다. 어쩌면 조금 빠른 판단일 수 있지만, 요즘 독일이 당시 스페인과 비슷한 국면인 것 같다.

이미 언급했듯이 독일 연수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도르트문트였는데, 도무지 예전의 맛이 나지 않는다. 경기 결과는 둘째 치고, 내용부터 너무 형편없다. 잔 실수도 많고, 탄탄한 조직력도 색채를 잃은 듯하다. 꾸준히 버티는 바이에른 뮌헨과 대조돼 현지에서도 관심이 많다.

‘전차군단’ 독일대표팀도 왠지 허전하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평정한 뒤 세대교체를 꾀하고, 차기 유럽선수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약간의 혼란이 찾아온 것 같다. 독일축구의 특성은 ▲끈질김 ▲탄탄한 수비 ▲강한 육체와 정신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최근 독일대표팀 요아힘 뢰브 감독은 볼 소유를 많이 강조했다. 전통적인 독일축구에 스페인식 기교를 접목한다고 할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이야기가 틀리지 않나 보다. 최근 독일대표팀의 경우 중원 연계 플레이가 많아지며 공격 전개 패턴이 비효율적이다. 우리도 브라질월드컵에서 볼 소유를 많이 하면서도 미흡한 공격 전환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의 독일이 그렇다. 2016유럽선수권대회 조별예선에서 후반 추가시간 실점하는 것만 봐도, 집중력이 흔들리고 집요한 맛이 없다. 짧은 패스, 긴 볼 소유시간 등도 좋지만 장점이 사라지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슈틸리케로) 바뀐 우리도 그렇지만, 독일도 시험대에 올랐다. 클럽 축구를 통해 스페인을 철저히 연구해 극복했지만, 여러 장점을 접목시키려는 독일축구의 끊임없는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또 이 같은 시도가 과연 어떤 새로운 결실을 맺을 것인지 무척 흥미롭고 기대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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