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애리조나 마운드의 ‘희망’ 아치 브래들리

입력 2014-1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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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 브래들리.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야구를 흔히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승패의 7할 정도를 투수가 좌우할 만큼 야구에서 차지하는 투수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LA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조에 속한 애리조나는 올 해 64승 98패 승률 0.395의 저조한 성적으로 지구 최하위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3할대 승률’이라는 치욕도 안았다.

애리조나의 부진은 시즌 초부터 감지됐다. 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신예 패트릭 코빈(24)이 토미존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아웃 됐고, 지난 겨울 신시내티에서 이적한 베테랑 투수 브론슨 아로요(37)도 시즌 중반에 토미존서저리 때문에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두 주축투수가 이탈한 애리조나 마운드는 성적부진이란 당연한 결과를 낳았고 이는 커크 깁슨(57) 감독의 경질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내년시즌 애리조나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우선 다저스에 유독 강한 에이스 코빈의 수술 후 재활과정이 좋다. 이르면 스프링캠프 때부터 실전투구가 가능하다. 베테랑 아로요의 경과도 좋은 편이다. 여기에 애리조나 산하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 투수 아치 브래들리(22)의 빅리그 콜업도 임박했기 때문이다.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인 브래들리는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7번)에서 현 소속팀인 애리조나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그가 받은 계약금은 무려 500만 달러(약 55억)였다.

우완정통파 투수인 브래들리는 2012년 애리조나 산하 싱글 A팀에서 12승 6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당시 그의 피안타율은 고작 0.181에 불과했다. 2013년에는 싱글 A와 더블 A에서 뛰며 14승 5패 평균자책점 1.84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는 팔꿈치 부상을 겪으며 고작 18경기 선발출전에 그쳤고 성적도 3승 7패 평균자책점 4.45로 부진했다. 브래들리는 정규시즌이 끝난 뒤 마이너리그 최고유망주들만 뛸 수 있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에 참가했지만 이곳에서도 6경기에 선발등판해 승리 없이 7패 평균자책점 7.13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AFL에서 동아닷컴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당당했고 “향후 빅리그에 진입해 팀 승리에 기여하는 ‘승리투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브래들리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정규시즌은 끝났지만 몸 상태도 좋고 잘 지내고 있다.”

-남들은 정규시즌을 끝내고 쉬는데 AFL에서 뛰고 있다. 불만스럽지 않나?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한테 필요한 시간이다. AFL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채울 수 있어서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

-최근에 슬라이더를 장착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체인지업을 던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재미난 것은 슬라이더를 배워서 실전에 사용한 후부터 체인지업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슬라이더를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하”

-구종이 다양해져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전보다 더 유리할 것 같다.

“맞다. 그것도 큰 장점이다.”

-고등학교시절 미식축구도 잘했다. 그럼에도 야구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내 신체조건이 야구에 더 잘 맞는다고 판단했고 아울러 야구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미식축구는 야구에 비해 부상위험이 크다는 것도 고려했다.”

-계약금으로 약 55억 원을 받았다. 돈이 당신 인생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아직까지 돈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 물론 다른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또한 그 돈으로 인해 가족들의 삶이 윤택해졌고 향후 내가 부상 등으로 선수생활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일종의 보험역할을 해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돈 때문에 내 인생이 하루 아침에 변한 것은 없다.”

아치 브래들리. 동아닷컴DB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가장 좋아했던 팀은 애틀랜타였다. TV중계를 통해 그들의 경기를 즐겨보며 자랐다. 어렸을 적 롤모델은 롤런 라이언(은퇴)이었다. 강속구를 뿌려 되는 그의 역동적인 투구폼과 마운드 위에서 항상 당당했던 모습이 너무 좋았다.”

-만약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미식축구선수가 되었거나 골프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골프도 잘하나? 금시초문이다.

“잘한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평소에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다.”

-핸디를 물어봐도 되나.

“평소 75-80타 정도를 친다. 싱글수준이다.”

-당신도 별명이 있는지 궁금하다.

“(웃으며) 많다. 가장 많이 불리는 별명은 ‘할리우드’와 ‘쿼터백’이다. 이 외에는 내 이름 ‘아치’로 불리거나 ‘에이스’로 불리기도 한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많지는 않지만 등판하는 날마다 항상 특정 회사의 껌만 씹는 등 나 또한 나만의 징크스가 있다.”

-브래들리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우선 야구는 돈을 벌 수 있는 내 직업이다. 또한 내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이자 사랑하는 운동이다. 가능한 부상 없이 오랜 시간 야구를 하고 싶다.”

-프로 4년 째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타자들의 능력과 꾸준함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프로에서 타자들은 자신의 실수나 약점 등을 바로 수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절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때문에 프로에서 투수의 실투는 항상 장타로 이어진다.”

-작년과 비교할 때 올 해 부진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우선 부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마운드를 떠난 시간이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실전에서 예전에 좋았던 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모두는 핑계일 뿐 주 원인은 내가 못 던졌기 때문이다.”

-내년에 빅리그에 데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적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생각해보거나 들은 것도 없다. 현재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내가 배운 대로 그리고 좋았던 시절의 투구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빅리그 데뷔나 기타 좋은 일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빅리그에 진입하면 어떤 투수가 되고 싶나?

“(웃으며) 승리투수 특히 ‘가을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내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그곳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팀 전력에 기여하는 승리투수가 되고 싶다.”

-끝으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주위에서 ‘못한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해도 절대 그런 부정적인 말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포기하지 말고 전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꿈은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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