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EPL ‘박싱데이’의 엇갈린 명암

입력 2014-12-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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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 3경기’ 축구팬 웃고, 선수층 얇은 클럽은 울다

2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전역에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박싱데이’ 경기들이 벌어졌다. 하부리그는 물론 프리미어리그의 20개 팀까지 모두 같은 날 경기를 치르면서 축구팬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날이 펼쳐졌다. 현지시간으로 점심시간에 열린 첼시의 홈경기(웨스트햄전)에는 아침부터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팬들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는 팬들이 모여들어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비롯한 유럽 주요 리그는 겨울을 맞아 2주간 휴식기에 들어가는 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연말이 가장 바쁘다. 새해 초까지 팀당 리그 경기를 3차례나 치러야 하는 까닭에 팬들은 축구로 연말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지만, 힘겨운 스케줄 때문에 클럽들은 울상이다. 실제로 박싱데이부터 8일간 3경기를 소화하는 살인적 일정이다.

박싱데이를 포함한 연말 경기들의 입장권은 이미 일찌감치 매진됐지만, 스쿼드에 가해지는 무리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준비하느라 각 팀 감독의 불만은 많다. 특히 칼바람이 불어 추위에 떨며 뛰어야 하는 까닭에 선수들의 고충은 클 수밖에 없다. 선덜랜드 거스 포옛 감독은 “12월에만 8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우리 구단처럼 작은 스쿼드로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특히 따뜻한 날씨도 아닌 요즘 같은 추위에는 힘들다. 차라리 겨울 휴식기를 갖는 편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7일 아스널 원정에서 1-2로 패한 QPR 해리 레드냅 감독도 “우리 스쿼드로는 베테랑 선수들이 이틀에 1경기씩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클린트 힐, 리처드 던 등 요즘 잘해주고 있는 선수들을 아스널전에 쓰지 못했다. 다음 홈경기를 위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빅클럽들은 겨울 일정을 로테이션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스쿼드는 어떡하라고 이런 스케줄을 짜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발목 부상으로 이날 결장한 윤석영에 대해선 “몇 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애스턴빌라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둔 기성용의 스완지시티 선수들 역시 전반 폭우 속에서 경기하느라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팬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궂은 날씨 때문에 전국적으로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런던 시내 대중교통도 일부 차질을 빚어 축구 외적으로도 큰 진통이 뒤따랐다. 특히 박싱데이 쇼핑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교통대란은 무척 심각했다.

런던|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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