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란, 강렬한 아이덴티티로 피는 들꽃같은 뮤지션

입력 2015-01-0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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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 필’이란 노래를 선보인 싱어송라이터 수란(Suran)은 들꽃 같은 뮤지션이다. 규격에 맞춰 길러진 ‘온실 속 화초’가 낼 수 없는 고유의 색과 향기를 가졌고, 또 어디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또 어떻게 새로운 꽃잎을 피울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아티스트이고, 인공적인 노력이 가해지지 않는 야생상태에서 개화하는 식물, 그 야생화 같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란은 ‘아이 필’을 통해 “솔(soul)이 넘치고 필(feel)이 충만하며, 자유로운 창법을 구사하는 개성 강한 가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가수지망생들이 실용음악학원으로 몰리고,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만, 수란은 이런 흐름과는 무관하게 수년간 ‘라이브 현장’에서 여러 장르를 섭렵하며 스스로 체득한 자신만의 음악을 구사한다. 학교에서 배웠다면 얻지 못할 아이덴티티다.

수란은 고교시절 가수지망생이 아닌 “그저 이과생”이었고, 대학에서도 컴퓨터를 전공했다. 그러다 음악을 하고 싶어 대학교를 그만 두고 인디 레이블을 통해 ‘베일리 슈’라는 이름으로 어번 R&B 장르의 음반을 냈다. 동시에 여러 드라마에 OST를 불렀고, 다수의 힙합가수들의 음반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에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힙합 아티스트들이 컬래버레이션 1순위로 꼽는 ‘재야의 고수’로 통했던 그는 흑인음악에서 어느 정도 감을 익힌 후 “재즈 판에서 4년” 라이브 활동을 했다. 재즈가 익숙해질 때쯤에는 다시 한 음반기획사에서는 2년간 브릿팝 밴드로 데뷔를 준비했다. 이 사이 백제예술대와 서울예대를 다니며 실용음악을 공부하기도 했다. 이렇게 ‘야생’에서 자라며 자기 나름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갔다.

“새로운 환경을 맞으면 나한테 좋은 것만 흡수하려 했던 것 같다. 한 장르에 너무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안주하게 되고, 발전이 없을 것 같았다. 좋은 점을 배우고 나면 더 큰 무대를 바라봤다.”

이번 싱글에 앞서 7월엔 ‘로디아’란 팀에서 ‘갓 어 필링’이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장르의 음반을 냈다. 당시 머릿속에 있던 자신의 음악을 표현해줄 사람을 찾다가 자신이 직접 하게 됐다. 이때 만든 곡을 현재 소속사 관계자가 듣고 “음반으로 내자”고 제안해 ‘싱어송라이터 수란’으로 새로운 출발에 나서게 됐다.

그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때마다 ‘넌 이게 어울린다’란 말을 들어오면서 ‘과연 내게 꼭 맞는 음악은 뭘까’라는 혼란에 빠져 있었지만, 스스로 곡을 만들고 부르면서 뭔가 분명해지는 느낌을 얻었다고 한다.

“작곡도 배우지 않았을 뿐더러 곡을 쓰리란 생각도 안했는데, 지금은 곡 만드는 걸 재미있게 하고 있다. 나의 솔(soul)에 맞는 곡을 내가 쓰면서 ‘나’를 찾은 느낌이고, 이제 뭔가 정답을 찾은 느낌이다.”

스스로를 “다중인인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어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흘러왔고, 항상 그때의 트렌드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켜왔다. 자기 색깔은 가져가면서 그때의 트렌드를 흡수하는 것, 음악인으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곡을 쓰면서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바를 담는다는 수란은 자신의 음악을 “듣는 음악보다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소개하며 “사람들이 내 음악을 새롭다고 느끼면서 다음 걸 궁금해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써둔 곡이 많다는 수란은 3월엔 미니앨범을 발표한다. 그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사진제공|TY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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