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 시대 ‘백업포수’ 전쟁

입력 2015-01-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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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재원-두산 최재훈(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체력소모 큰 포수, 전경기 출장 힘들어
백업포수 든든한 롯데·SK·두산은 안심
주전포수마저 확실하지 않은 KIA 비상

2015년 사상 처음으로 팀당 144경기 시대가 열린다. 각 팀들은 투수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될 포지션이 있다. 포수가 그것이다. 포수는 체력소모가 크다. NC 주전포수 김태군은 매년 겨울 에어로빅까지 하며 체력훈련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여름에 한 경기 뛰면 3∼4kg이 빠진다. 그만큼 체력소모가 커서 겨울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144경기 시대, 포수가 퍼지면 경기를 망칠 수 있다.


● 역대 포수 한 시즌 전 경기 출장은 박경완 김동기 강민호 3명 뿐

박경완 SK 육성총괄은 현역시절 역대 최고 포수라는 평가가 따랐다. 포수로 한 시즌 40홈런과 한 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다음 타석, 다음 경기까지 미리 준비하는 투수리드 등 완벽한 포수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박경완은 1996년 쌍방울에서 역대 두 번째 포수 한 시즌 전 경기 출장(126경기)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00년과 2001년 현대에서 시즌 133경기 중 130경기, 32세였던 2004년 SK에서 시즌 133경기 중 단 1경기가 모자란 132경기를 뛰었다.

포수 한 시즌 전 경기 출장은 1987년 김동기(태평양), 2006년 강민호(롯데)와 함께 단 3명만이 갖고 있을 만큼 힘든 기록이다. 2002년 진갑용과 2004년 홍성흔도 삼성과 두산에서 전 경기에 출장했지만 오롯이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 역할이 섞인 기록이었다. 이 역시 매우 힘든 노력의 결과였다.


● 체력소모 큰 포수 전 경기 출장 힘들어…작년 100경기 이상 출장 포수 단 3명

박경완, 강민호가 달성했고 진갑용, 홍성흔이 가까이 다가갔던 포수 한 시즌 전 경기 출장은 앞으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올핸 팀당 144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많은 팀들은 풀타임을 소화가 힘든 포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발 빠른 주자가 많은 한국프로야구 특성상 포수의 송구 능력이 떨어지면 투수까지 흔들린다. 경기 숫자가 늘어나면서 ‘1.5군’ 혹은 유망주 투수들이 대거 1군 경기에 선보일 전망인데 그만큼 포수 리드도 중요해졌다.

지난해 9개 구단 포수 중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주인공은 LG 최경철로 교체출장 포함 117경기에서 마스크를 썼다. 그는 시즌 중반부터 극심한 체력소모로 힘들어했지만 투혼을 보이며 포스트시즌까지 활약했다. 뒤이어 김태군이 109경기 SK 정상호가 100경기를 책임졌다. 3명을 제외하면 100경기 이상 출장 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리그 최고 포수로 꼽히는 강민호, 양의지(두산)는 각각 98경기, 97경기에 나섰다. 각 팀마다 30경기 안팎을 두 번째 포수가 책임졌다는 의미다. 경기 중후반 교체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진다.


● 올 144경기 시대 백업포수가 좌우…KIA·kt·LG 등 백업포수 비상

장성우(롯데), 이재원(SK), 최재훈(두산) 등이 있는 팀들은 그나마 안심이다. SK 김용희 감독은 체력안배를 위해 “메이저리그도 1960년대 이후 풀타임 포수가 사라졌다. 1주일에 정상호 4경기, 이재원 2경기”라는 황금 분할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주전포수마저 확실치 않은 KIA는 144경기 시즌이라는 큰 산이 더 높아 보일 수밖에 없다. kt는 용덕한을 확보했지만 백업 포수는 물음표다. LG는 최근까지 은퇴를 결심한 현재윤을 계속해서 만류했지만 마음을 되돌리지 못해 백업 포수 확보라는 큰 숙제를 남겼다. 몇몇 팀을 제외하면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가장 큰 포지션이 포수다. 144경기 시즌을 앞두고 많은 시선이 ‘투수 부족’에 쏠려있지만 두 번째 포수는 더 치명적인 함정이 될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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