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하늘에 계신 아버지, 자랑스러워 하시겠죠”

입력 2015-01-1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제작 ㈜JK필름)의 영어제목은 ‘오드 투 마이 파더(Ode to My Father, 내 아버지께 바치는 헌사)이다. ‘국제시장’, 즉 ‘Gukje Market’ 아닌 ‘오드 투 마이 파더’가 된 이유는 윤제균 감독의 부친을 향한 갸륵한 심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국제시장’을 시작했다. 캐릭터 이름도 부모님의 존함을 사용했다. ‘덕수’와 ‘영자’다. 영화를 시작하며 언젠간 아버지를 위한 작품을 꼭 내놓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생각해보니 제가 참 아버지께 잘한 게 없었어요. 안타깝지. 그래서 언젠간 감독으로 내 아버지를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 꼭 다짐했죠. 머릿속에만 맴돌고 있던 생각을 ‘해운대’(2009)가 끝난 뒤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해보세요. 시대를 관통해야 되고 역사적 사건을 곳곳에 넣어야 하니까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 않겠어요? 100억 원은 무조건 넘어요. ‘해운대’가 잘 됐고 윤제균이란 감독의 연출이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할 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국제시장’은 1950년 한국전쟁 흥남 철수부터 1983년 이산가족 상봉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평범한 한 남자의 인생으로 쭉 펼쳤다. 덕수는 가족을 위해 독일 함보른 광산에 광부로 지원하고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몸을 뛰어든다.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평범한 남자 덕수의 이야기는 눈물겹고 우리네 아버지 이야기라 더욱 특별하다.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이 작품은 아버지 시대의 정서를 관통하지만 보여주는 것은 한 사람의 가장 찬란했던 젊은 시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시사회 때 세대간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 2030세대들에겐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그대들과 같은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5060세대들에겐 그대들과 같이 지금 젊은이들도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 영화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에겐 세대간의 소통을 바랬던 윤제균 감독, 그는 이제는 못 만나는 아버지와의 만남을 그리며 이 작품을 만들었다. 오로지 그 장면을 위해 ‘국제시장’이라는 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는 아버지와의 만남을 갈망했다. 윤 감독이 대학시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가족을 잘 보살피라는 말을 잊지 않고 지켜나갔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었고 반지하 월세로 신혼생활을 이어갔다. 어렵고 힘든 생활임에도 그는 늘 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극중 ‘나비’를 등장시켰다. 정신적인 버팀목의 의미로 말이다.

“’나비’를 보면 저절로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나겠죠. 하하. 그런데 ‘나비’는 영혼을 상징하는 곤충이라고 해요. 시나리오 단계부터 ‘나비’는 덕수의 아버지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족을 돌보는 아들을 위한 수호천사라고나 할까? 아버지는 언제나 날 지켜보고 계실 거란 생각이 들어요. 가끔 전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요.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마음을 스크린에 담은 거죠.”

열 손가락을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지만 ‘국제시장’은 그에게 남다른 작품이다. 출발점이 다른 작품이었다.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가득했기에 더욱 진정성 있게 담으려고 했다. 그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이 영화는 ‘진정성’이 없으면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신경 써서 연출했던 점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진정성 있는 작품을 위해 이야기 뿐 아니라 촬영에도 섬세함을 더했다. 배우들이 20대부터 70대까지 일대기를 소화를 했기에 특수 분장으로 노인 시절의 모습을 담아냈고 에이지 리덕션 CG로 생기 넘치는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복원하는 등 반세기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배우들의 얼굴에 담애는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의 시도를 선보였다.

윤 감독은 “배우들을 젊게 만드는 것이 더 힘들었다”며 “한태정 VFX 슈퍼바이저에게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젊게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한태정 슈퍼바이저는 결국 바다 건너 일본까지 찾아가 에이지 리덕션 업체인 포톤(Foton)에 참여를 의뢰했고 평균 나이 40대 배우들의 얼굴 주름부터 눈동자 색깔, 목, 골격과 머리숱까지 20대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젊게 나오는 게 쉽지가 않아요. 하하. 업계 말로 ‘닦는다’라고 하는데 주름 하나를 다 닦는다고 생각해봐요. 힘든 작업이죠. 우리 작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어요. 장소 섭외만 해도 그래. 이산가족상봉 장면 찍을 때 여의도 광장이 지금은 없으니까 부산 수영만 요트장 가서 촬영했고 브라운관이 있는 주조정실도 없어서 그나마 지방에 하나 남은 방송국에서 촬영했죠. 흥남철수도 마찬가지였어요. ‘메러디스 빅토리아호’랑 비슷하게 생긴 것도 감천항에서 찾아서 추석 때 겨우 촬영하고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그린 매트 쳐놓고 피란민 촬영을 했죠. 탄광도 예전 식으로 했던 체코 오스트라바에 가서 촬영했고요. 지나고 보니 진짜 힘들었네? 하하.”

어릴 적 오로지 취미는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말한 윤제균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 먹으며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고 말하며 죽을 때까지 영화를 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오래 오래 영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게 이 바닥이고 힘들지만 그 만큼 보람도 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도 휴먼드라마냐고요?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저는 ‘사람’ 냄새나는 영화가 좋더라고요. 끌리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