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원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까닭은?”

입력 2015-01-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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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정석원. 스포츠동아DB

전형적인 B형 남자다. 자존심, 의리 등 강인한 남성을 표현하는 단어가 그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말을 아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자신의 얘기를 하나 둘 풀어내면서 스스로 벽을 허물었다. 그는 ‘자연인’ 정석원과 연기자 정석원 그리고 아내 백지영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석원은 지난달 종영한 MBC 드라마 ‘미스터 백’을 마치고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만큼 ‘미스터 백’은 정석원에게 뜻 깊은 작품이었다.

“2년 만의 드라마여서 주변의 기대가 컸고, 나 역시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최대한 작품에 피해를 주지 않고 완벽히 소화하고 싶었다.”

‘미스터 백’에서 정석원은 “발톱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 정이건을 연기했다.

악역이지만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다.

그는 정이건이란 인물을 통해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시켜야 하는 임무를 안았다. “모 아니면 도”인 성격의 정석원은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닌. 중간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드라마가 조금 더 길었다면 정석원이 초반에 세웠던 계획대로 해내갈 수 있었지만 정해진 기간에 완수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스터 백’의 경험은 앞으로 정석원이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제대로 된 밑거름이 된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처음으로 경험한 연극의 힘이 컸다.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으로서 한 달 동안 35회 무대에 오르면서 정석원은 연기에 대한 갈증과 매력을 새삼 알아갔다.

“연극하기 전까지 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다 쉽게 데뷔해 얼떨결에 연기자가 됐다.”

그의 말처럼 정석원은 연기자로서 정석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았고, 기회를 잘 만났을 수도 있다. 10편 이상의 드라마를 하며 영화의 주연으로도 당당히 섰다. 어느 것 하나 막힘없이 술술 잘 풀렸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만족은 그렇지 못했다.

“20대 때에는 연기를 쉽게 생각했다.”

연극을 하면서 느낀 깨달음이다. 이때부터 정석원은 ‘배우는, 연기는 무엇일까’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주변의 지적을 곱씹으면서 문제점을 체크하고 수첩에 적었다. 액션영화만 봐오다 ‘죽기 전에 봐야 할 명화’를 찾아봤다. 혼자서 조조영화도 보러 다녔다. 또 책도 읽고 글을 쓰면서 2년의 공백을 보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대신 일기를 써줬을 정도니, 정석원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변화가 상당히 놀라웠을 테다.

그는 “단순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경험이 삶의 새로운 재미를 줬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연극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

“첫 연극 때 막이 오르기 30분 전의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해 향수를 뿌려보고, 다른 색깔의 셔츠를 입어보고, 또 대기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자신을 떠올리며 “이제는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다”며 웃는다.

정석원이 자신의 일을 즐기며, 긍정적인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데에는 아내 백지영의 존재 덕분이다. 2013년 9세의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백지영과 결혼한 정석원은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아내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전적으로 날 믿어줬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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