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리포트] 전훈 따라가는 독일 팬 문화

입력 2015-01-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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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산업·휴가 등 국내 현실과 비교돼 아쉬워

지난해 12월 중순, 2014∼2015시즌 전반기가 끝난 뒤 독일 분데스리가는 5주간의 휴식기에 돌입했다. 대부분 1월 초부터 해외로 떠나 후반기에 대비하고 있다. 다수가 터키,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로 향한 반면 일부는 이색 지역을 선택하기도 했다. 친선대회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로 향한 손흥민의 레버쿠젠이 대표적이다. 몇몇 스타들은 미국프로농구(NBA) 올랜도 매직의 홈구장을 방문하거나 미국 폭스TV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런데 클럽들만 전지훈련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팬들도 응원하는 팀과 프리시즌을 함께 한다. 많은 독일 축구팬들은 연습경기 스케줄에 맞춰 동선을 짜 여행을 떠난다. 여느 리그 경기처럼 열성적 응원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다.

2년 전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구FC의 홍보 업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터키 안탈리아에 동계훈련 캠프를 차린 선수단이 뉘른베르크(현 2부리그)와 연습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는데, 훈련장에 100여명의 뉘른베르크 팬들이 운집했다. 마치 분데스리가 현장을 축소해놓은 듯했다. 독일인들의 축구 사랑이 유별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전훈까지 따라다니는 팬 문화는 처음 접했기에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이를 토대로 대구는 2013년 초 지역여행사와 8박9일 일정의 터키 전훈 참관 여행패키지를 출시했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쩌면 현실적 차이일 수도 있겠다. 한국과 달리 독일인들은 3∼4주 가량 휴가를 언제든 쉽게 쓸 수 있다. 한 친구는 마인츠의 열성 팬인데, 팀 전훈을 보기 위해 최근 스페인을 다녀왔다. 환경의 영향도 있다. 독일인들이 축구를 즐길 여건 또한 충분하다. 자연스레 스포츠미디어, 스포츠용품 등 파생산업도 꾸준히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다. K리그 등 국내 스포츠산업의 성장이 미진하고 수요층도 크게 증가하지 않는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요즘 많은 팬들이 한국축구와 K리그의 발전을 외친다. 현장 구성원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축구라는 문화상품을 이용할 수요자들이 늘기 위해선 축구를 ‘업’으로 삼은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꽉 들어찬 K리그 경기장이 아직까지는 ‘현실’이 아닌 ‘이상’인 이유다.

도르트문트(독일)|박종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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