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임신을 가장 선호(?)하는 채널은 MBC다. 일일극부터 주말극까지 혼전임신은 단골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30%대의 시청률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전설의 마녀’는 물론이고 ‘장미빛 연인들’, ‘폭풍의 여자’까지 장르와 시간대를 불문하고 혼전임신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시청률이다. 혼전임신을 다룬 MBC드라마들이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 결과 MBC는 부진에 빠진 예능과 달리 드라마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타 채널도 이 묘한 트렌드(?)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최우식, 유이 주연의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는 2회 만에 도도희(유이)가 혼전임신 사실이 드러난다.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서는 극 중 박세유(정연주)가 혼전임신으로 임신중절수술을 한 여고생으로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오는 23일 첫 방송될 SBS 새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극 중 서봄(고아성)과 한인상(이준)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서 혼전임신을 둘러싼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취향과 무관하지 않다. 한 방송관계자는 “출생의 비밀 같은 뻔하고 자극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극적 반전을 줄 수 있는 소재로 혼전임신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결혼을 기피하는 요즘, 혼전임신이 가족애와 결혼 그리고 사랑을 다루기에 적합한 소재라는 점에서 사용된다”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시청률에 집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시청률을 신경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막장’이라는 양념이 필요했고,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혼전임신’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념이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 잦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크다. 특히 청소년들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