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개성 아이돌시장…‘대박신인’이 사라졌다

입력 2015-02-1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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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르는 이른바 ‘대박 신인’은 더 이상 없다. 2∼3년의 신인 시절을 거치고, 꾸준한 성장가능성을 보여줘야 대중의 눈에 들 수 있다. 사진은 2012년 데뷔해 ‘핫스타’로 꼽힌 에일리. 사진제공|YMC엔터테인먼트

■ 가요계 눈에 띄는 신인 없는 까닭?


이승기·비 처럼 데뷔 함께 스타덤 실종
아이돌시장 확대 속 기획사 상품화 영향
비슷한 콘셉트…롱런하는 스타도 줄어


가요계에 ‘대박 신인’이 사라졌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이승기 SG워너비 테이 빅마마 휘성 비 세븐 등이 데뷔와 함께 스타덤에 올랐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는 이 같은 양상은 찾아볼 수 없다. 2010년 데뷔한 미쓰에이, 2012년 버스커버스커와 에일리가 꼽힐 정도다. 빅뱅, 소녀시대, 엑소, 아이유 등 현재 가요계를 흐름을 주도하는 대형가수들도 데뷔 2∼3년이 지나서야 스타의 이름을 얻었다.

‘아이돌’이 음악시장을 장악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아이돌 시장의 확장으로 기획사의 콘셉트에 따라 신선함도 없는 신인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면서 가수들의 개성이나 매력이 도드라지지 못하고 있다. 몰개성의 획일화 속에서 롱런 스타도 사라졌다. 엇비슷한 콘셉트에 똑같은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키워진 연습생들의 실력도 평준화해 ‘거기서 거기’라는 인상을 준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이두헌 교수는 “과거엔 가수가 있고 그를 위해 조직이 뒷받침했다면, 요즘은 조직을 위해 가수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면서 “기획사가 가수를 ‘상품’이라 여기고, 음반 발매 시기나 마케팅 전략에만 신경을 쓰는 상황에선 대박 신인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획일화한 신인들을 무수한 커피전문점에 비유한다. 웬만한 도심에선 맛과 인테리어가 비슷한 커피전문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대중은 새로운 맛을 찾고 있지만 기획사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대중이 따르라고 강요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음반제작자들도 신인을 데뷔시키면서 처음부터 대박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작년 10월 데뷔한 남성그룹 매드타운의 소속사 제이튠캠프 조동원 대표는 “첫 음반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려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음 음반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신인그룹 유니크의 매니지먼트사인 드래곤뮤직 김용 대표도 “요즘 같은 현실에선 처음부터 잘 되는 경우는 드물다. 꾸준히 음반을 내면서 어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뀌면 대박 신인은 또 나타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H.O.T와 god 등을 성공시킨 해피트라이브 정해익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수가 나타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 거기에 맞는 신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그 전제는 “가슴을 파고드는 공감의 음악”이라는 설명이다. 1985년 ‘새벽기차’가 수록된 1집을 명반의 대열에 올려놓은 포크그룹 다섯손가락의 멤버이기도 한 이두헌 교수는 “과거엔 1집을 내며 ‘이것 아니며 안 된다’는 절박함, 내 노래와 얼굴이 새겨진다는 설렘이 있었다. 가수 스스로 자신들의 색깔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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