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기자의 여기는 가고시마] 9회말 투아웃… kt 김사연의 인생극장

입력 2015-02-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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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외야수 김사연은 2007년 신고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지만 군입대 중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전역 후 테스트를 받고 입단한 넥센에선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3번째 팀인 kt 유니폼을 입었다. 작년 퓨처스리그(2군) 북부리그 타격 5관왕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알린 그는 7년 만에 1군무대 출전을 그린다. 사진제공|kt

■ 작년 퓨처스 북부리그 타격 5관왕… 2007년 입단후 한번도 1군서 뛰지못한 사연 많은 남자

한화 연습생 입단후 1군 데뷔 앞둔 2010년
시범경기서 손 뼈 골절로 기회 무산
그리고 군 복무 중 날아온 방출 통지서
“3년 안에 1군 무대 못 설땐 야구 포기”
전역 후 넥센 거쳐 kt 입단해 2군 무대 5관왕
올핸 부모님과 약속한 마지막 해
매일 절실함으로 개막을 기다린다

오키나와 현지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로 밝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김사연.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2012년 경기도 의정부시 20사단 한 부대. 장갑차병으로 근무하고 있던 상병 김사연은 편지 한 통을 받고 큰 시름에 빠졌다. 애인의 결별 편지보다 더 가슴 아픈 방출 통지서였다. 발신자는 한화 이글스였다. 전역 후 돌아갈 직장을 잃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야구와 강제로 헤어져야 하는 큰 슬픔이었다. 소대장은 마음을 추스르라며 휴가증을 내밀었다. 가족들은 “그동안 고생만 했다. 전역 때까지 건강히 군복무 마쳐라. 이제 야구를 떠나보낼 때가 됐다”며 위로했다. 군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긴 방황도 허락되지 않았다. 인생의 갈림길. 김 상병은 부모님께 “앞으로 3년만 더 해보겠다. 3년이 지난 후에도 1군 경기장에 서 있지 못하면 미련 없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2015년은 약속한 3년의 마지막 해다.

kt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 kt 김사연(27)과 마주 앉았다. 그는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북부리그 5관왕(홈런·안타·도루·득점·장타율)을 차지했다. 37개의 도루에 타율 0.371을 기록했다. 홈런은 23개. 퓨처스리그라고 하지만 대단한 성적이다. ‘왜 이런 타자가 2007년 입단 이후 단 한번도 1군에서 뛰지 못했을까?’라는 의문 속에 “그동안 무슨 사연이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김사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사연이 정말 길다”고 말했다. 김사연의 입을 통해 나온 긴 사연은 이랬다.


“2007년 충북 세광고를 졸업했지만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기회를 얻어 한화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연습생으로 입단했습니다. 2군에서 열심히 훈련했지요. 고교 대 선배인 장종훈 코치(롯데)님도 빙그레에서 연습생으로 시작해 위대한 타자가 되셨잖아요. 선배님 이름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에 품으며 뛰었습니다. 2010년 한대화 감독님이 스프링캠프부터 제게 많은 기회를 주셨습니다. 시범경기에도 계속 교체출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 드디어 1군 무대에 설 수 있겠구나’라는 큰 기쁨이 바로 눈앞에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전 그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군에 입대했습니다. 시범경기 타석에서 파울을 쳤는데 손바닥이 찢어지는 듯 아팠습니다. 뼈(유구골)가 부러졌고 수술대에 올랐지요. 그렇게 첫 번째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재활 중에 입대했고 상병 때 방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역 후 다시 테스트를 받고 넥센에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2군에서 열심히 뛰었죠. 그리고 2013년 ‘2차 드래프트’로 다시 kt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조범현 감독님은 2010년 한대화 감독님처럼 2루가 아닌 외야를 맡으라고 하셨습니다. 2014년 비록 퓨처스리그였지만 kt 유니폼을 입고 신나게 야구를 했습니다. 매일 주전으로 경기에 나갔습니다. 올해는 군대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스스로 다짐한, 그리고 가족들과 약속한 3년이 끝나는 해입니다. 주위에서 기대가 크다는 말도 듣고 있지만 기회가 눈앞에서 사라진 2010년을 항상 기억합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개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잡초처럼 살아온 그의 야구인생은 그의 이름처럼 사연 또한 깊고도 길었다. 구절양장이었다. 이런 김사연에게 올해는 빛이 비출 듯 하다. 조범현 감독은 김사연을 이대형과 함께 테이블세터로 꼽고 있다. 김사연은 kt가 진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가 될 수 있을까. 이뤄진다면 애잔한 사연은 모두에게 흐뭇한 미소를 주는 성공 스토리가 될 수 있다. 훈련장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의 어깨는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 kt 김사연은?


▲생년월일=1988년 8월 9일

▲출신교=석교초∼세광중∼세광고

▲신체조건=키 179cm·80kg

▲프로 경력=2007년 한화 신고선수 입단∼2012년 방출∼2013년 넥센 신고선수 입단∼2013년 2차 드래프트로 kt 이적

▲2014 퓨처스리그 성적=81경기 타율 0.371(337타수 125안타) 23홈런 72타점 94득점 37도루, 북부리그 홈런·안타·도루·득점·장타율(0.674) 5관왕

▲2015년 연봉=2600만원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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