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TV는 외국인 전성시대…가요계는 ‘혼혈 열풍’

입력 2015-03-03 0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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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넌, 사진|동아닷컴DB


현재 TV는 명실상부 '외국인 전성시대'다.

로버트 할리나 이다도시와 같이 과거에도 TV를 통해 인기를 얻은 외국인이 등장하긴 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 했고, 이마저도 주인공이 아닌 게스트의 역할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이것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 예능가에서 외국인들의 비중은 점점 높아졌고, JTBC '비정상회담'에 들어서는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방송가에서는 외국인 열풍이 거세지만 가요계로 넘어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 샘 해밍턴 같은 경우 방송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음원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이벤트성 펀송에 그치면서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는 비단 샘 해밍턴에게만 적용된 이야기가 아니며, 국내 가요계에서 외국인이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 성공한 경우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물론 외국인 멤버가 속해 있는 그룹이 인기를 얻은 경우는 다수 존재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그룹내에서 일부 파트만을 맡을 뿐이지, 노래 한 곡을 완전하게 이끌어나갈만한 역량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 이들이 지니고 있는 목소리나 노래실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노래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정확한 호흡과 발음, 발성 등으로 인한 탓이 크다.

제아무리 빼어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언어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하는 외국인 대신 가요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인물들이 바로 동서양의 혼혈 출신이다.

펀치, 사진|나일론


국내 가요계에서 동서양 혼혈 출신 가수는 그 수가 많지는 않아도 명맥은 꾸준히 이어져왔었다. 1977년 데뷔한 윤수일과 박일준, 1978년 함중아와 양키스로 데뷔한 함중아와 희자매로 데뷔한 인순이, 1997년 업타운으로 데뷔한 윤미래 등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어왔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혼혈 출신 가수들은 모두 가수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으로, 실제 이들은 순수 동양인에게서는 나오기 힘든 파워풀한 성량이나 남다른 음악적 필을 자랑한 경우가 많았다.

모든 혼혈 출신들이 빼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쪽의 재능을 물려받은 경우는 혼혈 출신밖에 없다는 것을 이들이 이미 증명해준 셈이다.

또한 이들은 한국인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언어의 문제도 비교적 빠르게 해결할 수 있거나 처음부터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이국적인 비주얼은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례로 현재 힙합씬에서 가장 많은 이슈와 화제를 몰고 다니는 도끼는 한국인 어머니와 스페인과 필리핀 혼혈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샤넌은 대형 포탈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의 단골 손님이다.

뿐만 아니라 호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릴리M은 SBS 'K팝스타4'에 출연해 호평을 거듭하며 TOP10에 진출했다. 최근 데뷔한 힙합듀오 원펀치의 펀치 역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 출신으로, 14살 어린나이에도 빼어난 노래실력은 물론 귀여운 외모로 현장의 형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요즘 음악방송에서는 가수든 스태프든 펀치와 함께 사진을 찍는게 유행하고 있다"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예뻐하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도끼, 사진|SNS


이 같은 다름은 개성과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련과 고통이 되기도 한다. 과거 유독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만만치 않은 차별을 겪어야했고 박일준, 인순이 등은 인터뷰 등에서 이런 아픔에 대해 자주 털어놓았다.

윤미래 역시 '검은행복'을 통해 혼혈로 인한 아픔을 털어놓았고, 샤넌은 최근 동아닷컴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이니까, 혼혈이니까 하는 선입견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여전히 혼혈 출신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이 남아있다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다문화 가정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혼혈 출신의 이웃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단일민족'을 중요시하고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정서가 강하다보니 아직까지 다문화 가정이나 혼혈 출신들이 드문 편이지만 가까운 일본만 봐도 혼혈 출신들이 가요계나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은 극히 평범한 일이다"라며 "우리나라 역시 앞으로는 점점 더 혼혈 출신 연예인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혼혈 출신 중에는 그동안 한국에서 나오기 힘들었던 고음이나, 소울풀한 목소리를 지닌 친구들도 종종 있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국제결혼이나 다문화 가정이 증가한 시기가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이다 보니 아직은 10대 초중반에 머문 아이들이 많긴 하지만, 향후 5년이내 이들이 가요계를 주름잡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릴리M, 사진|방송 갈무리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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